세 번째 반성문 쓴 신영증권…올해 실수는 "중국 기업 약진 간과"

2024-12-30 17:26
중국 기업, 반도체ㆍ이차전지 등 기술에 덤핑 공세 더해 한국 압박
밸류업, 몇가지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로는 해결 어렵다

신영증권이 30일 '2024년 나의 실수'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신영증권]
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올해 전기차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을 간과한 것을 가장 큰 실수로 꼽았다.

신영증권은 30일 '2024년 나의 실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며 "올해 가장 큰 실수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간과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신영증권은 2022년부터 리서치센터 전체가 반성문을 작성해 온 바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글로벌 2위라는 큰 덩치이기 때문에 웬만한 자극으로는 항모의 방향을 돌리기 힘들지만 개별 기업들의 약진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렴해 보이는 밸류에이션이 더 싸지는 '밸류트랩'에 대해서는 늘 경계가 필요한데 여러 걱정이 많은 한국 경제와 증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중국이 아닌가 싶다"며 "내년에는 한국 주식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지만 중국에 치이는 종목에 대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중국 영향력이 특히 전기차 시장과 반도체 시장에서 뛰어나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놀랍다"며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와 닛산의 합병 추진과 독일 폭스바겐의 공격적인 구조조정은 중국차의 부상에 대한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걱정은 꼭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진 데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범용 디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기술 혁신뿐 아니라 덤핑(저가 밀어내기) 공세로도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태양광·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의 분야에서 중국발 공급과잉이 감지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관세 부과 협박에 맞서기 위해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듯한 위안화 약세도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란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이래저래 우리는 중국 포비아(공포증)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 주식시장의 문제를 과소평가했다고 반성한 연구원도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지주사와 계열사가 중복 상장 돼 있고 신생 자회사를 모회사가 지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배당보다는 유보와 재투자를 선호한다"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켜켜이 누적돼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들을 몇가지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정도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점이 올해의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은 연초부터 빠르게 달아올랐지만 그만큼 식는 속도도 빨랐다"며 "다만 시계는 거꾸로 흐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기업과 투자자, 대주주와 소액주주, 유보와 분배의 균형추를 잡기 위한 노력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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