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2라운드] 여야, 3대 쟁점조항 대치 여전…향방은?

2021-09-13 08:00

지난 9일 국회 제5회의장에서 열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여야 협의체 회의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 중 1명인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3대 쟁점조항을 두고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는 지난 9일과 10일 국회에서 2‧3차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는 민주당 추천 위원인 김종민·김용민 의원과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김필성 변호사, 국민의힘 추천 위원인 최형두·전주혜 의원,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으로 구성됐다.

협의체는 9일 언론중재법 ‘3대 쟁점조항’으로 꼽히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차단청구권, 고의중과실 추정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3대 쟁점조항을 모두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를 고수하며 설득에 나섰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유엔인권이사회, 국제단체, 언론단체, 여당 의원들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며 “왜 걱정이 나오는지에 대해 큰 줄기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 기사가) 허위일 수 있다는 선입견을 구독자나 시청자에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의·중과실 추정의 경우 대한민국의 모든 법을 봐도 이 같은 조항은 없다”며 “언론사에 증명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서는 “후속기사에 대한 위축뿐 아니라 사전에 (기사가) 검열될 수 있다는 부분이 있어 위헌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완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가짜뉴스 근절과 피해자 구제라는 목적에 적절하지 못하다”라며 “가짜뉴스 개념 정의가 외국보다 광범위해 가짜뉴스 통제보다는 보도 위축 우려가 크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피해 구제 원칙인 원상회복에 일조할지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배 손해배상 청구를 해서 법정에 가게 되면 (판결까지) 2∼3년이 걸리는데 대법원까지 간 뒤 그 보도가 허위였다는 것이 드러나 배상하라고 하면 피해자의 명예가 얼마나 회복될 수 있겠느냐”며 “허위보도가 있으면 빨리 정상화되도록 만드는 정정보도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 송현주 한림대 교수는 “정보를 획득·가공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악의가 있다면 명확히 잘못됐다고 선언하고 징벌적 형태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성 법무법인 가로수 변호사도 “언론의 인격권 침해로 인한 국민의 손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상할지를 먼저 분석한 뒤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자는 단순히 국민만이 아니라 부정확한 보도를 따라 쓸 수밖에 없는 언론도 그렇다”라며 “지금 쓰지 않으면 우리 회사(언론사)만 낙오된다는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날 협의를 통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다만 김 의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가지고 논의를 이어간 게 의미가 있었다”며 “논의를 하다 보면 교집합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쟁점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추석 전에 이견을 좁혀보고 (정해진) 시한 전에 양당 지도부와 논의할 것이다. 왜 언론단체와 언론인, 법조단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언론중재법을 걱정하는지 민주당이 열심히 듣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튿날 열린 3차 회의에서는 전날보다 다소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최 의원은 이날 “윤미향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가족이 (소송을) 하고, 조국 전 장관은 전직이라 본인이 직접 (소송을) 한다”며 “그분들이 손해배상소송을 4억원까지 제기할 경우 5배를 물어주면 언론사에게는 엄청난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사가) 가장 많은 손해배상을 제기하고 패소율이 가장 높은 고위공직자와 권력자 출신에게 악용당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민간과 권력자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가짜뉴스 피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을 제안할 경우 허위·조작보도 피해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배액배상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자에 대한 허위보도와 일반 시민에 대한 허위보도를 구분한 판례를 보면 공직자와 다르게 평범한 시민은 지금 법제 아래에서 보면 실효적 규제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은 팽팽히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조작 보도 피해의 실질적 구제를 위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41.3%였고, 언론의 자유 등 헌법 원칙 훼손이라는 부작용이 커 ‘반대한다’는 답변이 45.8%였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진보는 찬성이 우세했고, 보수는 반대가 우세했다. 중도층에서는 반대 답변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다만 법안 처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여야 발표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23.5%, 날짜를 늦추더라도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이 69%로,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3배 더 많았다.

국회는 이번 주 개최되는 대정부 질문에서 언론중재법을 두고 또다시 입장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