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귀뚜라미 창사 이래 최대 위기…국세청 추징금만 1500억대

2021-09-13 05:00
서울국세청 조사4국, 일감몰아주기 등 계열사 간 거래 내역 집중 해부…검찰 고발성 커

[사진=귀뚜라미]
 

국내 대표 보일러 제조업체 귀뚜라미그룹(회장 최진민)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바로 국세청이 귀뚜라미그룹 지주사인 귀뚜라미홀딩스를 상대로 최근 진행한 심층(특별)세무조사에서 거액의 추징금과 함께 조세포탈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동종업계와 사정기관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귀뚜라미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종료하고, 이르면 이달 중하순께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무려 1500억원대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할 방침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4월 중순 서울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소재한 귀뚜라미홀딩스와 경북 청도에 소재한 귀뚜라미홈시스·귀뚜라미 등에 사전예고 없이 투입, 세무회계 관련 자료 등을 예치했다.

이후 이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지난 7월 중순까지 진행, 최진민 회장 등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제기된 바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면밀히 검토한 후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추징금은 귀뚜라미그룹이 지난해 달성한 매출액(9352억원)과 비교할 때 무려 16%에 달하는 규모일 뿐만 아니라 1962년 귀뚜라미그룹이 창립된 이후 과세당국으로부터 부과받은 금액 중 역대 최대다.

해당 추징금은 귀뚜라미그룹 유통과정에서 발생된 세금거래서 거래 내역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과세당국은 귀뚜라미홀딩스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해 통고처분 또는 조세포탈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고처분이란 조세 또는 관세 등 범칙 사건이 발생한 경우 형사 소송에 대신해 과세당국이 벌금이나 과태료 등에 상당한 금액의 납부를 명할 수 있는 행정 처분을 말한다.

하지만 통고처분의 경우 부과되는 추징금 규모가 클 경우 벌금과 과태료 등을 납부하지 않고,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향후 귀뚜라미그룹 등 핵심 계열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본지는 관련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귀뚜라미그룹 측과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사측으로부터 그 어떤 내용도 들을 수 없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정보는 알려줄 수 없지만, 매출액이 1조원에 불과한 기업에 대해 1500억대 세금을 부과한다면 세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세금거래서 거래 내역이 문제가 있다면 이는 통상적으로 유통거래질서 문란 및 조세포탈혐의를 적용, 검찰에 고발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경영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세청은 귀뚜라미그룹 등 핵심 계열사 외에도 지난 8월 초에는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의 아내 김미혜씨가 대표로 있는 보일러부품 제조 업체 나노켐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나노켐은 귀뚜라미홀딩스 등 일부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일감몰아주기 및 편법 증여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곳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노켐은 지난해 매출액 469억원 중 468억원이 귀뚜라미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99.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467억원은 2019년 귀뚜라미홀딩스(구 귀뚜라미)에서 분리된 귀뚜라미로부터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