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고발장' 사주 의혹…풀어야 할 과제는?
2021-09-12 15:49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고발 사주를 했다는 의혹이 점점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지난해 4월 제보자에게 전달된 당시 고발장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정보들도 담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공익제보자로 알려진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8일 고발장을 전송한 후, 일반전화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꼭 대검 민원실에 접수해야 하고 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추가 폭로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 전 부위원장은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최근까지 이미지 캡처 등을 위해 사용한 휴대전화도 수사기관에 직접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고발장 작성 주체는 누구?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조 전 부위원장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4월 3일은 이른바 '권언유착' 의혹이 언론을 통해 처음 보도된 날이다.
앞서 같은 해 3월 31일 MBC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폭로하도록 강요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도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MBC 보도 당일 한 보수 언론은 '제보자X'가 해당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공개하며 여권 인사와 공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김 의원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조 전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20쪽짜리 고발장에는 보수 언론이 주장한 권언유착에 대한 언급이 담겼다.
김 의원은 당시 제보자X의 범죄 전력을 증명하는 실명 판결문까지 첨부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최근 텔레그램 메시지에 조작된 정황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위원장이 임의제출한 휴대전화 속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내용이 명시돼있고, 해당 인물은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와 이름이 같다.
김 의원은 "(보도된) 자료들이 사실이라면 정황상 제가 손모씨로부터 자료를 전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윤석열 인지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검찰이 고발장 작성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지난해 3월 31일 MBC의 검언유착 의혹 첫 보도 직후 자체 조사에 착수한 대검은 하루 만에 조사를 마무리해 이튿날 법무부에 한동훈 검사장의 개입을 부인하는 1차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관련 정보수집에 총동원됐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윤 전 총장 징계의결서에는 고발장이 전달된 시기를 전후해 윤 전 총장의 지시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부인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 채널A 사건을 전담해 정보수집을 한 정황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오히려 지난해 2월 "21대 총선 선거사범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중립은 생명과도 같다.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당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수사 주체는 어디?
공수처는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윤 전 총장과 손 검사에게 각각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대검 또한 손 검사를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이 공수처와 중복되지 않는 부분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양 기관은 대상을 나눠 들여다보는 '투트랙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공수처가 입건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는 검찰에서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에 속하지 않아, 대검 감찰부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개인정보보호법, 국가공무원법,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은 경찰의 수사 대상에 속한다. 최근 제보자X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자연은 윤 전 총장, 손 검사, 김 의원 등을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