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시위도 불법 집회라는 경찰...법조계는 '갸우뚱'
2021-09-09 11:38
최건 변호사 "집시법 기준에 명확히 속하지 않아"
자대위 "차 한대 당 한사람만 타서 문제없다"
자대위 "차 한대 당 한사람만 타서 문제없다"
경찰이 코로나19 방역지침 전환 등을 요구하며 전국 단위로 한밤 차량 시위를 진행한 자영업자들에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차량시위에 대한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 위반 혐의 적용은 무리한 법 집행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9일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에 따르면 자대위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이날 새벽 1시경까지 서울을 포함해 울산·전북·경남·강원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1인 차량 시위를 벌였다. 서울에서만 경찰 추산 120여대, 집회 측 추산 2000여대의 차량이 참여했다.
서울 지역 시위 참가자들은 양화대교 북단에서 집결한 뒤 비상등을 켜고 시속 약 20~30㎞로 서행하며 문재인 정부의 방역지침에 항의했다. 한남대교에서는 'SOS 신호'라며 일정한 박자에 맞춰 자동차 경적도 울렸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자나 참가자에게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집회 후 채증자료를 분석해 확인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판단은 달랐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차량 경적 등으로 인해 너무 소음이 심했다면 경범죄 처벌법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 또 과도하게 교통 체증을 유발했다면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면서도 "차량시위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차량시위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내리고 대화를 했어도 처벌가치가 없다"며 "코로나19를 상대에게 감염 시키기 위한 의도로 집단행동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 해도 법원에서 무죄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차량시위 참가자에 대한 일반교통방해죄 적용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노조 소속 A씨에 대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채증 사진만으로는 A씨의 집회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고, A씨가 주도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차량시위 참가자가 경찰 경고 방송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주도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는 게 확인되면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재인 자대위 대변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1인 시위는 허용된다. 자대위가 진행한 차량시위에는 차 한대 당 한 사람만 탔다"며 "감염병예방법과 집회시위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은 거의 2년 동안 정부에서 문 닫으라고 하면 닫는 등 정부 시책에 충실히 응했다"며 "확진자 수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관리하는 것은 잘못됐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중심으로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