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人사이드] 떠오르는 일본 차기 '우익' 총리...다카이치 前총무상 누구?

2021-09-06 17:11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사실상 연임에 실패하며 일본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스가 총리의 연임으로 모아졌던 당론이 사라지자, 오는 29일 차기 자민당 당수를 뽑는 총재 선거에 '잠룡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간 후보권에 오르지 못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총무상도 이목을 끌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지지를 업고 일본 첫 여성 총리가 되겠다는 포부다.

5일 일본 공영방송 NHK와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의 기본 요건인 추천인 20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입후보 등록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향후 다카이치가 입후보할 경우, 1955년 자민당이 창당한 이래 총재 선거에 출마한 두 번째 여성 정치인이 된다. 첫 여성 후보는 앞서 2008년 총재 선거 당시 출마한 고이케 유리코 현 일본 도쿄도지사(현 무소속, 당시 3위 기록)였다. 이후 지난 2015년과 2018년에는 노다 세이코 현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추천인 20명을 확보하지 못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왼쪽)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총무상.[사진=AFP·연합뉴스]


다카이치는 '최(最)우익'에 가까운 보수적 성향의 정치 배경을 기반으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겠다는 포부로 지난 8월부터 지속적으로 총재직 출마 의사를 내비쳐왔다. 하지만, 소속 파벌이 없는 상황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전까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사 역시 고이케와 노다였다.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후 총재 선거 판도 역시 기존에 총리직에 도전해왔던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백신담당상),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3파전으로 흘러갔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급부상한 것은 아베 전 총리 때문이다. 지난 4일 밤 아베 전 총리는 "정치 신조와 여성이라는 점에서 호소력이 있다"면서 자신이 이끄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6명) 의원들에게 다카이치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그간 자신의 후계자로 꼽혔던 기시다와 대중적인 인기를 업고 차기 총리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고노가 아닌 새로운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노는 같은 날 출마 표명을 고민하며 아베 전 총리를 찾아왔지만 "출마는 스스로 결정하라"는 문전박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기시다의 경우 당내 지지를 고루 받곤 있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해 대중적인 호소력이 없다며 지도력에 의문을 사고 있다. 아울러, 아베 총리의 호소다파에서 독자 파벌(기시다파·47명)로 독립한 것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는 지난 1993년 아베와 나란히 중의원에 당선한 이후 서로 정치 노선을 공유해온 정치적 동지로 꼽힌다. 이후 그는 아베의 후광으로 2014년 여성 최초로 총무상에 지명돼 최장 재임 기록을 세웠고, 이후 자민당 3인자의 위치인 정조회장(한국의 정책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다카이치는 이번 선거 후보 중 가장 극우 성향에 해당한다.

그는 중의원 시절인 1995년에는 외무위원회에서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비판하며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본인은 전쟁 당사자라고 할 수 없는 세대이기에 반성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입각 후 총무상으로 재임할 당시에도 평화헌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태평양 전쟁 당시의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참배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에도 "총리가 돼서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계속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반 사회 정책에서도 극우 성향의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다. 여성을 '아기 낳는 기계'에 비유했던 발언과 결혼 후 여성이 사실상 남성의 성(姓)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부부동성(同姓)' 제도 개정에 반대하며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에도 여성 정책은 전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다카이치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그는 4~5일 진행한 교도통신의 차기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4%로 5위를 기록했다.

다만, 일본 외신은 다카이치가 결선 투표까지 남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극우 성향 배경을 활용해 어느 정도까지 당내 파벌의 지지를 끌어낼지 여부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평화헌법 개정 논의가 멈춘 상황에서 향후 자민당 내 극우 세력이 헌법 개정을 조건으로 유력 후보와 다카이치의 사퇴를 교환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지난 2019년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당시 일본 총무상이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하고 참배했다.[사진=NHK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