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층 노리는 메신저피싱...자식이 모르는 번호로 신분증 요구

2021-09-05 12:00
상반기 피해액 466억...1년 전보다 165%↑
피해의 94%가 50대 이상 연령층서 발생

[사진=아주경제 DB]


# 지난 6월 A씨는 휴대폰이 고장났다는 딸의 문자를 받았다. A씨는 휴대폰 수리를 위해 신분증 사진과 은행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딸에게 해당 정보들을 그대로 전달했다. 딸이 보내온 앱도 설치했다. 그날 A씨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모두 매도됐고, 매도 주식을 담보로 3000만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3000만원은 A씨의 계좌로 입금된 뒤 바로 대포통장 20개로 분산 이체됐다. A씨에게 문자를 보낸 것은 딸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범이었다.

메신저피싱 피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50대 이상 층이 피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은 메신저피싱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피해구제가 어려울 수 있다며 피해 예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5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4%(732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유형별로 보면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올해 상반기 46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5.4%(290억원) 급증했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에서 메신저피싱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11.2%에서 올해 상반기 55.1%로 늘었다.

메신저피싱은 피해액의 93.9%가 50대 이상 장년층에서 발생했다. 50대 피해액이 245억원으로 절반 이상(52.5%)을 차지했다. 60대(168억원)와 70대 이상(25억원) 피해액이 다음으로 많았다. 40대는 22억원, 20대 이하와 30대는 각각 2억원이었다.

메신저피싱은 신분증과 금융거래정보 탈취가 목적이다. 사기범은 주로 가족 등 지인을 사칭해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하도록 한 후 신분증(촬영본)과 계좌번호·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했다. 또 원격조종앱 등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해 피해자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인증번호와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 등을 탈취했다. 사기범은 탈취한 신분증 및 금융거래정보 등을 이용해 피해자 명의로 계좌 잔액을 이체하거나 예금 해지, 비대면 대출 등을 거래했다.

금감원은 모르는 전화번호나 카카오톡 등으로 자식이라며 신분증이나 금융거래 정보 등을 요구하면 메신저피싱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자로 회신하기 전 전화통화로 자식이 보낸 메시지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어떤 경우에도 신분증이나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제공해선 안되며 절대로 원격조종앱을 누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메신저피싱으로 신분증과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고 악성앱을 설치한 경우엔 해당 금융회사 콜센터나 경찰청, 금감원 등에 피해를 신고하고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금감원은 향후 장년층에 대한 맞춤형 메신저피싱 예방 홍보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