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소득 따라 아동 인지능력 격차…취약층 대상 조기 개입 늘려야"

2021-09-05 08:00
재정포럼 8월호 '영유아기 인적자본 격차의 지속성에 관한 소고' 발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 3세 이후 아동의 인지·비인지능력 발달 수준이 가구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애 초기에 형성되는 인지·비인지능력 등 인적자본은 성인기 사회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취약계층 영유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권성준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8월호에 실린 '영유아기 인적자본 격차의 지속성에 관한 소고'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08~2015년 한국아동패널의 만 0~7세 자료를 바탕으로 4분위로 분류한 가구 소득수준에 따른 아동의 인지·비인지능력 수준을 비교했다.

인지 및 비인지능력 측정 도구로는 한국형 부모 작성형 유아 모니터링 체계(KASQ), 수용/표현 어휘력 검사(REVT), 행동평가척도(CBCL)를 이용했다.

30개월 이상 아동을 대상으로 수용 및 표현 어휘력을 평가해 언어 발달 수준을 측정하는 REVT 결과를 보면 가정양육환경 변수를 통제하지 않았을 경우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1·2분위 가구보다 3·4분위 가구 아동의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가정양육환경 변수를 통제했을 때는 소득계층 간 점수 차가 좁혀졌다.

소득 1분위와 4분위의 평균 표준화 점수는 만 3세를 제외하고 5세와 7세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이는 언어발달의 소득계층 간 격차가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 4∼7세 유아기의 비인지능력을 분석한 CBCL(행동평가척도) 조사에서는 고소득분위 아동이 평균적으로 저소득분위 아동보다 정서·불안·전반적 발달문제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문제, 반항행동문제 등의 수준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인지능력은 소득계층 간 격차와 가정양육환경 관련 변수 간 상관관계가 낮은 수준일 것으로 봤다. 가정양육환경 관련 변수를 통제하더라도 CBCL 척도들에 대한 소득계층 간 격차가 크게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단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문제와 반항행동 문제의 경우, 가정양육환경 관련 변수를 통제한 후 가구소득 1분위와 4분위 간 점수가 다소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나 소득계층과 비인지능력의 격차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울 수 있다.

0∼2세 영유아의 발달영역 상태를 점검하는 KASQ(한국형 부모 작성형 유아 모니터링 체계)를 통한 분석에서는 4분위와 1분위 간 점수 격차가 대부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가장 어린 영아 시기에는 발달 정도가 가구 소득수준이나 다른 환경적 요인과 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KASQ는 부모가 설문에 답하는 방식인 만큼 평가 과정에서 과대·과소 측정으로 인한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권 부연구위원은 "3세 미만 영아기의 경우 발달단계의 특성이나 인적자본 측정 오류 등으로 인해 판단하기 어려우나 3세 이후 아동의 경우 전반적으로 가구소득 수준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아동의 인지·비인지능력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초기 발달단계에서 투자가 미흡해 인적자본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하면 이후 발달 단계에서 인적자본 투자 효과가 낮아지고, 그 결과 인적자본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유아기 인적자본 투자를 보완하면 계층 간 격차가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적자본은 출생 직후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사전투자에 의해 결정된다. 이후 영유아기, 청소년기, 대학교육기 등을 거치면서 인적자본이 축적된다. 인적자본은 특정 발달단계에서의 투자가 이후 발달단계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가지는데 생애 초기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면 이후 단계에서도 투자효과가 낮아짐을 의미한다.

기존의 실증연구들은 인적자본 발달에 있어 중요한 시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언어나 인지능력은 대체적으로 10~12세 이전이 중요한 시기이며, IQ는 10세 이후 안정화되므로 10세 이전이 IQ 향상의 중요한 시기다.

비인지능력은 교정시기가 늦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인적자본 또는 능력 유형에 따라 교정 가능한 시기가 다르다.

취약아동에 대한 청소년기 교육 투자의 수익은 우수아동의 경우보다 낮으며, 학업의 중도 포기를 방지하기 위한 장려금 프로그램, 학업성취도 개선 프로그램 등과 같은 청소년기 개입 프로그램의 경우 성인기의 고용, 임금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효과가 있지만 크기가 큰 수준은 아니었다.

권 부연구위원은 "이른 시기에 나타난 인적자본의 격차를 이후 시기에 줄이는 것이 쉽지 않고 오히려 격차가 유지될 수 있다"며 "조기 개입을 통해 초기 발달단계에서의 인적자본 수준을 높여주면 이후 투자효과가 높아져 교정의 효과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육비용 경감을 넘어 인적자본 발달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가구소득 계층에 따른 양육비용 분석 결과를 보면 가구소득이 높아질수록 양육비용도 높아지는 양상이 발견된다. 교육보육비와 여가문화생활비가 가구소득에 따라 상승하는 패턴이 나온다. 식비와 보건의료비는 가구소득에 따른 일관적인 패턴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결국 양육비용의 차이는 교육보육비와 여가문화생활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비용 안에는 체험학습, 도서 구매 등 인적자본 향상을 위한 투자가 포함된다. 가구소득이 낮은 경우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수준도 낮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저소득층 아동 지원 정책은 의료비를 지원하거나 가장 취약한 가구여야 지원 대상이 되는 등 지원 대상과 기능이 제한적인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권 부연구위원은 "가구소득 수준에 따라 인적자본 투자 수준이 낮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단순한 양육비용 경감 차원을 넘어 아동의 인적자본 발달을 유도할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며 "취약계층 아동 대상 조기 개입 프로그램의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드림스타트 사업을 강화하고 적극 활용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