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K자 양극화’에도 버핏은 직원보다 세금 덜 낸다

2021-09-01 16:25
K자 처럼 커져가는 빈부 격차... 고소득층은 더 벌고 덜 내는 중
주식 등 투자 수익은 납부 대상 제외... "부의 공유 두고 논쟁될 것"
미국 정부는 부자 증세 카드 꺼내, 한국도 체계 개편 지적 나와

빈부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불공정한 세금 제도가 비난 대상으로 꼽혔다. 빈부 격차가 커짐에도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소득에 비해 세금을 덜 내는 현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 커지는데... 더 벌고 덜 내는 '고소득층'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AP연합뉴스]
 

1일 미국 투자 매체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K자 양극화가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자 양극화란 고소득층 자산‧소득이 급증하는 동안 저소득층 소득은 더 낮아지면서 빈부 격차가 K자 모양으로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경제정책연구소(EPI)가 지난해 12월 밝힌 미국 내 소득 상위 1%는 약 140만명이다. 이들의 연 수입은 75만8434달러(약 8억7800만원), 순자산은 약 1110만 달러(약128억원) 이상이다. 상위 0.01%에 들기 위해서는 연간 평균 수입으로 288만8192달러(약 33억원)를 벌어야 한다. 순자산은 주택, 자동차, 주식 등 개인 자산에서 대출 등 부채를 뺀 값이다.

인베스토피디아는 “언론과 정치계는 고소득층을 ‘팻 캣’(권력과 명성을 가진 갑부를 가리키는 속어)으로 묘사하지만, 인구 통계학적 분석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부유한 1%는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으며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의료 전문가, 기업가, 임원뿐만 아니라 부를 상속받는 사람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이 자산을 불리는 동안 빈부 격차는 더 심화되고 있다. EPI에 따르면 1962년 상위 1% 순자산은 미국 평균 가구의 약 125배였으나 2009년에는 225배를 기록했다. 가장 부유한 사람과 가장 가난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1982년에서 2016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1979년부터 2019년 사이 상위 1% 임금은 160% 이상 상승했지만, 하위 90% 임금 상승률은 26%에 그쳤다.

빈부 격차가 커지는 와중에 상위 1%의 자산 구조와 세금 혜택 등이 비난 대상으로 떠올랐다. 경제학자인 엠마누엘 사에즈와 가브리엘 주크만은 “미국 내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나머지 인구보다 낮은 평균 세율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인베스토피디아는 “중산층도 세금 감면으로 어느 정도 혜택을 받았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상속도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실현된 이익에 대해서만 소득을 매기는 미국 세무 정책 때문이다. 미국 내 고소득층은 주식, 회사 지분 확보 등 투자로 이윤을 얻어도 소득 실현을 최소화하고 부채를 극대화해 세금 납부 의무를 줄인다.

실제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세계적 부호의 실효 세율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탐사보도 전문 매체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워런 버핏의 실효 세율은 0.1%,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0.98%, 일론 머스크는 3.27%에 그쳤다.

인베스토피디아는 “이들이 기업 지분을 통해 얻은 주식 수익은 다시 헤지펀드나 사모투자벤처와 같은 독점적인 투자에 돈을 재투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워런 버핏과 같은 억만장자도 직원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경우가 있다. 상위 1%를 내버려 둬야 하는지, 부를 어떻게든 공유해야 하는지는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자 증세 나선 미국 정부... 국내도 체제 개편 목소리 나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 정부는 제도 개편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계획을 내놓았다. 바이든 정부는 대기업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고, 연간으로 부부 합산 50만 달러(약 5억8000만원), 개인 45만 달러(약 5억2000만원) 이상 소득자의 세율도 37%에서 39.6%로 인상한다.

보유 자산을 통해 얻은 이득에 대해서도 세율을 대폭 인상한다. 1년 이상 보유한 자산의 자본이득이 100만 달러(약 11억6000만원) 이상인 개인에게 부과되는 자본이득세는 현행 20%에서 39.6%로 오른다.

세율 인상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나오는 중이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한 130개국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설정하기로 합의하자, 미국 대형 제약사들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공로를 내세우며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도입에 반대하는 로비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월가에서도 세금 인상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바이든 행정부의 세금 인상 계획에 대해 “자본뿐만 아니라 우수 인력과 연구개발, 투자도 해외로 밀어낼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도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증세 정책에 반대를 표했다.

국내에도 빈부격차 해결을 위한 세금 체계 개편을 두고 논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김영노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장은 월간 재정 포럼을 통해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사회 전반의 구조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불균등 충격으로 더 벌어진 격차 해소 능력이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산은닉 등 악의적인 체납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슈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의 소득세의 경우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 면세자가 많은 것도 우리나라 소득세 구조의 문제라는 점에서, 향후 면세자 축소를 위하여 소득세 공제제도의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라고 밝혔다.

다만 “근로소득자 면세자 축소방안의 결과로 저소득층의 세 부담이 다시 늘어날 경우 여론 악화뿐만 아니라 조세정책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세 부담 조정을 위해 공제・감면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책목표를 위한 세제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감소시키고 조세체계를 복잡하게 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정부는 포용성과 상생‧공정 기반 강화, 납세자 친화 환경 조성 등을 위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개정 내용은 △기부금 세액공제 한시 확대 △유턴기업 소득‧법인세‧관세 감면 요건 완화 및 연장 △국제거래‧가상자산을 통한 세금회피 방지 △금융투자소득 도입에 따른 펀드 조세특례 재설계 등이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