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해외출생 아이, 현지식 영문명 표기 허용"
2021-08-31 10:59
"여권법 개정 시행령 이후, 거부처분 취소 최초 판결"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아이의 이름을 국내 여권에 영문(로마자)으로 표기할 때 현지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A군(7)이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영문 성명 변경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처럼 국외에서 출생해 성장한 아동의 경우 나이가 어려 유학 기간이 짧더라도 이미 출생 후 입학 전까지 수년간 국외 사회공동체 생활에서 해당 로마자 성명으로 불리며 다방면으로 관계를 맺었을 것이므로, 성인이나 유학 기간이 긴 청소년 등과 달리 취급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군의 부모는 201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한글 이름과 프랑스어식 이름을 기재했다.
이후 A군의 부모는 국내서 여권을 발급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프랑스어식 이름을 기재했지만, 담당 관청인 서울 종로구청은 표기가 어긋난다며 임의로 표기를 변경해 여권을 발급했다.
반면 외교부는 A군의 이름이 애당초 올바르게 표기되지 않았고, 로마자 성명 변경은 여권의 대외 신뢰도 등을 위해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A군 측의 손을 들었다.
법원 관계자는 “단순한 국가의 위신이나 추상적인 공익만을 들어 청구인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며 “여권법 개정 시행령 이후에도 계속 완고한 태도를 보여온 외교부에 대해 거부처분을 취소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