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감은 팔, 닭똥 같은 눈물…의구심 날려 보낸 이다연

2021-08-29 17:08
KLPGA 메이저 한화클래식 마지막 날
이다연 이글1·버디4 6언더파 66타 때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7타 차 우승
대회 최저타 우승 기록…통산 6번째 우승

메이저 우승컵을 품에 안은 이다연. [사진=KLPGA 제공]


18번 홀(파5) 퍼트한 공이 왼쪽으로 흐르더니 오른쪽으로 돌아서 깃대가 꽂힌 홀에 떨어졌다. 버디 퍼트로 19언더파를 기록하는 순간이다. 그는 하늘 위로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덤덤하게 우승을 받아들였다.

다른 선수들의 퍼트가 끝나고 물·꽃 세례를 받았다. 쉽게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다.

이다연은 지난해와 올해 여러 차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비쳤다. 하지만 딱 하루는 들어오지 않았다. 우승자 특권인 최종일이다.

이다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주관 방송사 인터뷰에 응했다. 왼손에는 길게 테이프를 감았다. 지난주(국민쉼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좋은 성적이었지만, 기권하게 된 배경이 설명됐다.

10번 홀(파4) 이글 상황을 설명할 때까지는 잘 참다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에 울컥했다. 그는 "나 혼자만 기다려온 순간은 아닐 것이다. 나만큼이나 부모님이 괴로웠을 것이라 본다"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결국 이다연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9일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제이드 팰리스 골프장 서·동 코스(파72·6735야드)에서 종료된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원)에서다.

이다연은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때렸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2위인 최혜진(22·12언더파 276타)을 7타 차로 눌렀다.

1번 홀(파5) 마지막 조로 출발한 이다연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렇게 또다시 점수를 줄이지 못하고 끝나나 싶었다. 5번 홀(파3) 티잉 그라운드에서 날린 공이 깃대와 가깝게 붙었다. 2.1m 버디 퍼트가 남았다. 부드럽게 굴린 공이 홀에 들어갔다. 첫 버디.

당시에 대해 이다연은 "처음에는 긴장이 많이 됐다. 이후에는 양궁 선수인 안산(20)처럼 '졸지 말고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부터 점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은 상관없었다. 홀로 길을 걸어갔다. 8번 홀(파4) 버디에 이어 10번 홀(파4) 칩 인 이글을 기록했다.

10번 홀은 내리막에 3개의 벙커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1온을 노릴 수 있는 곳이지만,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이다연은 수비보다는 공격을 택했다. 1온을 시도했으나, 그린 왼쪽을 조금 넘어갔다. 나쁘지 않은 선택.

그는 차분하게 어프로치를 시도했다. 14m 거리였다. 그린 위로 올린 공이 홀 속으로 쏙 들어갔다. 칩 인 이글.

독주는 계속됐다. 12번 홀(파5) 버디에 이어 13번 홀(파3)부터 17번 홀(파4)까지 5홀을 모두 파로 막았다.

18번 홀. 그는 3온에 이은 버디를 기록했다. 19언더파 269타 우승이다. 269타는 대회 최소타 우승 기록이다. 우승 상금은 2억5200만원. 단숨에 상금 순위 5위(4억7513만원)로 올라섰다.

2019년 12월 효성 챔피언십 제패 이후 1년 9개월 만에 거둔 통산 6승이다.
 

1년 9개월 만에 우승한 이다연의 소지품. [사진=KLPGA 제공]


올해 개막전(롯데렌터카 여자오픈) 3라운드 종료 후 인터뷰에서 이다연은 "여유를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3라운드에서는 "여유로워지자고 생각했다. 또한 '기다리자'는 생각을 되뇐다. 마지막 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여유를 찾았다.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에 멘탈 코치에게 도움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는 달랐다.

솔직하게 토로했다. "우승권에 있을 때 부담스러웠다"고 말이다. 그런 그가 의구심을 한 방에 날려 보냈다. 메이저대회 우승으로다. 이다연이 테이핑과 눈물로 돌아왔다. 이번 우승으로 5년 더 그를 볼 수 있다.

KLPGA 투어는 다음달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7억원)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