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大전환] ‘매일 11만명 갇혀 산다’...“‘자가격리 경직성’ 벗어야 위드 코로나 성공”
2021-08-30 05:00
위드 코로나 방역 기초 자가격리, "2주 무조건 가둬서 될 일 아냐"
하루 11만여명 갇혀 지낸다..."해외 입국 3만·국내 8만여명"
정재훈 교수 "격리 대상자 불편 최소화해야"
하루 11만여명 갇혀 지낸다..."해외 입국 3만·국내 8만여명"
정재훈 교수 "격리 대상자 불편 최소화해야"
프랑스에 거주하는 딸을 만나기 위해 8월 초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1차 백신을 맞고 출국한 김성철씨(가명·65) 부부는 얼마 전 귀국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현지에서 AZ 백신으로 2차 접종까지 마치고 돌아왔지만 ‘격리면제’가 될 것이라는 프랑스 한국대사관 설명과 달리 고스란히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대사관 관계자는 프랑스 현지에서 2차 백신까지 접종한 만큼 국내 입국해도 자가격리가 면제될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입국한 뒤 보건소 담당자와의 상담을 통해 알게 됐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렇게 지난 17일 입국한 김씨 부부는 이달 31일까지 꼬박 2주간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됐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주상혁씨(54)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주씨는 이달 초 주뉴욕 총영사관에서 백신 접종 격리면제서를 발급받아 지난 10일 입국했다.
그는 거주지 보건소에 입국 사실을 알리자 7일 정도를 더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가 받은 면제서는 1개월 유효기간이 있었는데, 해당 면제서 기간보다 며칠 늦게 입국한 게 원인이었다.
보건소 측은 면제서에 적힌 입국일과 실제 입국일이 달라 추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해외에서 입국할 경우 격리를 면제하고 있지만,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 출국하거나 현지에서 접종 후 14일이 지나야만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후 국내에 입국하거나 출국하는 국민 대다수는 이처럼 경직된 자가격리 체계에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가격리를 겪은 이들은 보건소, 질병관리청, 지방자치단체 등의 대응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도 불편한 점으로 꼽는다.
일선 공무원 조직에서 코로나19 자가격리 면제 관련 지침이 명확하게 적용되지 않으면서 백신 접종자의 입·출국 시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로나19 방역대전환(위드코로나)을 시행하기 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갈 때 방역의 기초인 ‘자가격리’ 기준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려면 현재의 자가격리 시스템도 손을 봐야 한다”며 “감시·관리 위주의 경직된 자가격리보다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평균 국내에서 자가격리로 관리되는 대상자는 매일 11만명 이상이다. 해외에서 입국한 자가 격리자는 평균 3만여명, 국내에서 발생한 자가 격리자는 8만여명에 달한다.
현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3조 제4항에 따라 자가격리를 위반한 자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과태료는 중복으로 부과될 수 있으며, 행정명령 위반으로 확진자 발생 확인 시, 치료 등의 비용에 대해 구상권이 청구된다.
이처럼 엄격한 자가격리 기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방역당국도 조금씩 규제 강도를 낮추기는 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30일부터 국내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14일이 지나지 않아 출국한 사람도 귀국 시 격리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접종완료 후 2주가 경과된 이후에 출국한 경우에 한해서만 입국 시 격리를 면제해줬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000명 이상의 환자가 지속해서 발생하게 되면 의료 대응체계 여력이 부족해 위중증 환자에 대한 병상확보가 더 큰 문제”라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코로나를 시행하게 되면 절차에 따라 자가격리 기준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