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대선판] 여야, ‘원팀’ 강조했으나 곳곳서 터지는 내홍

2021-08-28 08:00
국민의힘 '역선택 방지' 놓고 이견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정홍원 선관위원장(전 국무총리)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3‧9 대선이 19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여야 모두가 활발한 내부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원팀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곳곳에선 여전히 내홍이 일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김종민 의원과 '검사 인사청탁'을 두고 설전에 나섰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추미애TV’에서 “지난해 12월 김종민 의원으로부터 한 검찰 간부의 사표 수리와 관련해 인사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김 의원이 네 차례 정도 밤 12시까지 전화했다”며 “본인(해당 검사) 의사로 사의 표명한 것이 아니라 주변 압력(에 의한 사의표명)이라면 김 의원은 주변 압력이 누구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며 사의를 표명한 한 검찰 간부가 김 의원을 찾아가 ‘장관을 상대로 항명한 것이 아니니 사표를 안 낸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추 전 장관은 그 검사가 김종민을 찾아가 부탁했다고 주장하는데 완전히 허위사실”이라며 “단언컨대 그전에 그 검사 이름도 못 들어봤다. 그런 사람을 위해 밤 12시까지 4번에 걸쳐 인사청탁을 했다고 하는데 이게 성립할 수 있는 주장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요직에 장관이 직접 인사를 해놓고 이제 와서 적폐검사 편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온당한 주장이냐”며 “조국 장관, 추미애 장관으로 이어지는 검찰개혁 그 전장에서 온갖 상처를 받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저에게 적폐검사 인사청탁이라는 누명을 씌우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할 일이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정치인이 선거 때 하는 말이라 해도 한 사람의 인권을 이렇게 짓밟는 것은 불의하다. 검찰개혁의 깃발을 들었다 해도 허위사실 주장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전했다.

또 추 전 장관은 경쟁상대인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해 검찰개혁에 소홀한 인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대표 시절 검찰개혁에 소극적이었으나, 대선을 앞두고 검찰개혁을 마치 자신의 공약인 양 가로챘다는 설명이다.

추 전 장관은 23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 후보가 검찰개혁 공약을 가로채듯 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앞장서겠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하면 된다. 모든 후보들이 수사기소 분리 법안에 대해 동참하고 지지하고 있으니 함께 선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최근 이준석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윤석열 녹취 파장’으로 한 차례 내홍을 겪은 뒤 선거관리위원장 선출을 두고도 잡음이 일었다.

예비후보 토론회 개최를 주도했던 서병수 의원에게 이 대표가 경선준비위원장에 이어 선관위원장까지 맡기려 하자 반발이 나왔다. 서 의원이 당헌·당규에 규정되지 않은 토론회를 추진하는 등 중립성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결국 “후보 캠프의 오해와 억측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는 처지에서 경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거론되는 선관위원장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후보들 간에는 ‘역선택 방지’와 관련한 갈등으로 내홍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관위가 출범하자 예비후보들은 역선택 방지를 두고 다른 입장을 내보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선출마 선언식에서 “민주당이든 정의당이든 자기 당 후보가 마음에 안 들면 유승민을 찍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표를 다 받아야지 내년 대선에서 이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가 민주당이지만 공화당 내에 지지자들이 있었고 반대로 민주당원 중에서도 '레이건이 좋다'고 지지하기도 했었다”며 “대선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인 만큼 상대방으로 갔던 유권자들 마음을 잡아오는 계기가 되는 경선이 돼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중도층만 해서 우리끼리 하는 것은 고립선거”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호남 지역 범보수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 1위를 기록했다며 “이래도 이것을 역선택이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호남 20대 남성들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40%에 이르렀다. 놀라운 변화”라며 “(호남에서) 여당은 이재명 후보가 1위이고, 야당에서는 제가 1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선 투표를 영남 사람만 하나. 그간 호남 동행이라고 외친 것은 모두 속임수냐. 좁은 우물 속에 갇혀 큰 세상을 못 보는 일부 사람들이 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역선택 방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2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 중에 우리 당의 특정 후보들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자료가 많다”며 “여당에서 보기에 부담스러운 주자들에 대해 그 지지도를 낮추려고 하는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이 역선택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들을 조금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여론이 반영된 여론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한 지상파 방송의 대선주자 여론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보다 범여권의 지지가 월등하게 높은 후보들이 있다”며 “범여권 성향의 전폭적인 지지가 모이는 결과를 두고 역선택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지난 26일 열린 선관위 1차 회의 직후 “이 문제(역선택 방지조항)를 더 깊이 있게 논의할지 결정하겠다”며 “지금 이야기하긴 곤란하다. 나도 의견을 많이 들어보고 있다. (선관위)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