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금융불균형 완화 첫발…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
2021-08-26 13:30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년 9개월 만의 인상 결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수준(4.0%)을 유지했다. 수출 호조와 온라인 소비 증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책 효과를 고려한 결과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대출 영향과 관련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경제추체들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위험 선호 성향을 낮춰,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 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국내 경제의 기조적인 회복 흐름을 저해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은 소비 둔화를 가져오지만 우리 경제의 기조적인 회복 흐름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카드지출액, 이동량 등 소위 고빈도 지표를 통해 보면 이번 확산기에는 대면서비스에 관련된 카드지출액과 이동인구는 감소했지만, 과거 확산기와 비교해보면 감소폭이 상당히 적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가계 빚이 1800조원을 넘어서면서 통화당국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게 되는 '부채 함정'에 빠졌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경제주체 이자부담 능력이라던가 현재 규모를 볼때, 경제주체들의 소비는 늘어날 여력 충분하다"며 "가계 저축 규모와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 투자활동도 호재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부채 함정에 빠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추가 (금리) 조정의 시기와 관련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에 줄 영향,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의 정책 변화 등을 봐야 한다"며 "늘 그렇듯 서두르지도, 지체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Q.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에도 가계대출 규모는 지속 커지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올린다고 해서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 수준의 가계부채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려운 ‘부채 함정’에 빠진 게 아닌지.
A. 기준금리 올리게 되면 경제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위험 선호 성향을 낮추게 되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세,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집값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택의 수급 상황이다. 이오에도 경제 주체들의 자산 가격에 대한 기대 등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 작용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안정 측면에서는 통화정책 측면도 필요하겠지만 다른 정부의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기준금리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세, 물가상승률,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내린 결정이다. 앞으로의 금리 수준은 경기 개선에 맞춰서 점진적으로 조정돼야 한다. 집값만을 위해서 (기준금리를 결정) 하는 게 아니다.
부채함정은 금리를 올렸을 경우 이자부담이 과도해지고, 소비 및 투자의 위축을 초래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소비투자 위축. 차입 이자부담이 높기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게 부채함정이다. (현 상황은) 경제주체 이자부담 능력과 경제주체들의 소비는 늘어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 가계 저축 정도를 감안할 때 소비 회복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 투자 활동도 호재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부채 함정에 빠졌다 볼 수는 없다.
Q. 최근 두 달간 진행된 코로나 4차 유행이 올해 성장률에 어느 정도 영향 줬나. 7월 카드 사용액이 늘었다는 발표가 있는데 코로나19 학습효과가 나타난 건가.
A. 이번에 델타 변이 확산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소비 둔화를 가져오겠지만, 우리 경제의 어떤 기조적인 회복 흐름에는 회복세를 저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카드지출액, 이동량과 같은 소위 고빈도 지표를 통해 보면 이번 확산기에는 물론 대면 서비스 관련된 카드 지출은 떨어지지만 과거 확산기와 비교해보면 감소폭이 그때보다는 상당히 적다. 학습효과라고 보는데 지난해 위기 초기에는 재화는 물론 서비스에 걸쳐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됐다. 최근의 경우 상당 부분이 온라인 거래 확대에 기인하고 있어서 우리의 소비 행태가 감염병 초기 행태, 지난 확산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코로나19 확산세가 9월까지는 진행될 것이다라는 게 방역당국 입장이다. 오는 10월부터는 진정되면서 방역 대책도 달라지지 않겠냐라는 방침 발표했는데, 통화정책은 이런 전망에 기초한다. 코로나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월달 수준 그대로 유지했는데, 소비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분명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Q. 지난 7월 간담회에서도 주택가격이 고평가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의 정책에도 상승세 이어지는 원인은 무엇인지. 정부의 집값 고점론 경고에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해 보이는지.
A. 특히 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은 단기간 큰폭으로 올랐다. 현행 주택 수준에 대한 평가를 해보면, 집값 상승이라고 하는 건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완화적 금융 여건이 오래 지속된 점도 영향을 줬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수급 요인 등이 미치고 있다. 왜 계속 오르냐고 한마디로 단언해서 말할 수는 없다.
Q. 최근 일부 은행이 주담대 한시 중단, 신용대출 한도축소 등에 나서면서 민간 대출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 이에 더한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는.
A. 최근 일부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응을 하고 있다.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일부 대출 상품 취급 중단,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하게 되면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차입 수요를 제약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민간 신용증가세를 완화하는데 일정 부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가계대출도 또한 금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출 금리가 오른다 하더라도 경제 주체들의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높다던지, 주택의 수급 상황 우려가 있으면 대출 차입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리 하나로 모든 것을 좌우하는 건 아니다. 금리 효과는 차입 수요를 제약하는데 효과 있다.
Q.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 등 불균형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는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나.
A. 금융 불균형 누적을 완화시켜 나가야겠다는 필요성 때문에 (금리 인상의) 첫발을 뗀 것이다. 금융 불균형이 이번 조치 하나로 해소되는 건 당연히 아닐 것이다. 금융 불균형도 저금리가 영향을 줬지만 다른 요인도 복합 작용했다. 금융 불균형 해소는 통화정책 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 금융 불균형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하는게 맞다. 감독당국도 주택 가격 상승세,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다 보니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해온 것도 사실이다. 감독당국이 오랫동안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주체들의 소위 위험 선호,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거시 건전성 규제가 지금보다 더 강화된다 하더라도 만약에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같이 있다면 거시 건전성 정책의 효과는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금융불균형 해소가 시급 한 과제인데 이를 해소해나가기 위해서는 거시 건전성 규제와 함께 통화 정책 대응이 동반돼야 할 시점이다.
Q. 현재의 물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A. 최근의 물가상황은 목표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당분간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상승률 자체가 지금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물가가 높다보면 일반의 기대 인플레이션도도 높아지는데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도 2%를 훌쩍 넘었다.
Q.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잠재성장률 낮추고 있다. 한은 잠재성장률도 떨어졌는지.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어떤 식의 구조 개혁이 필요한지.
A. 한국은행도 이번에 코로나19로 여건 변화 감안해 잠재성장률을 다시 추정해봤다. 그 결과 올해와 내년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2%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2~3년 전 추정치는 2.5%내외였지만 큰폭으로 떨어졌다. 잠재성장률 낮추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인구구조의 변화였다. 생산 가능인구가 감소됐는데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가 지속된 데다, 코로나 충격으로 고용사정이 나빠진 점, 서비스업 생산성이 저하된 점이 주된 하락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이전 추세로 회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코로나가 남긴 영향(상흔 효과)을 최소화하는게 급하다. 앞으로의 경제구조 변화에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성장을 앞으로 끌고 나갈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의 투자여건을 개선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의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가지 않으면 잠재성장률 상향은 쉽지 않다.
Q.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로 유지했다. 이러한 경기전망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수준은 적절한 것인지.
A. 지금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다. 통화정책은 경기, 물가를 같이 감안해서 판단하는데 현재 통화상황은 완화적이라는 평가다.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큰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고, 신용 공급 측면을 감안하면 현행 실물 경기에 (기준금리 인상이) 제약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현행 기준금리는 중립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Q. 통방문에서 완화정도를 '점진적 조정하겠다' 했는데, 금리 인상 효과 확인 후 11월 추가 인상 예고한 것인지
A. '점진적'은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는 뜻이다. 추가 조정의 시기의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 상황이다. 금융 불균형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보고 금통위원들이 고민을 해서 결정해 나가겠다,
Q. 잠재성장률 2%로 낮아졌다고 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4%)는 과열이 아닌지.
A. 잠재성장률 높이는 게 통화정책의 목적은 아니다. 잠재성장률 높이는 건 여러가지 정부의 정책 영역이라고 말씀드린다.. 일종의 레벨을 감안한 경로를 그려보면 4%, 3% 수준의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며, 크게 어긋나는 수준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