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나선 자영업자들… “장사만 하게 해달라”
2021-08-25 15:30
“어제도 매출 0원··· 물러설 곳 없어 거리로 나간다” “장사만 할 수 있게 해달라”
자영업자들이 다시 거리로 향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과 영업시간 단축에 반대하며 또 한 번 차량 시위에 나서는 것이다. 코로나19 피해가 장기화된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누적된 분노가 집단행동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들이 모인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밤 11시 부산에서 차량 시위를 시작한다. 자영업자들이 각각 탄 차량 수십 대가 대열을 이루는 방식이다. 보안 상의 이유로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시위 시작 30분 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참여자에게 시위 장소와 코스를 알리는 게릴라성으로 진행된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달 14~15일 이틀에 걸쳐 서울에서 심야 차량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시위에는 수도권 내 PC방과 코인노래방 점주들이 주로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식당‧카페 점주들까지 동참하면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자영업자만 300여명에 달한다.
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자영업자 죽이기에 맞서고자 부산을 시작으로 비수도권에서 자발적 1인 차량 시위를 강행한다”며 “자영업자가 조직화돼 있지 않아 정부로부터 철저히 무시 당하는 현실을 인식함으로써 자영업자 모두가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며 700만 자영업자의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경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비대위는 지난 23일부터 영업제한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까지 축소한 데 대해 강력 반발했다. 비대위는 “지난해부터 1년 6개월 넘게 정부의 방역수칙을 준수한 결과 64조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앉게 됐고,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등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 제한을 당하면서도 손실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오후 9시 영업 제한이라는 더욱더 강한 규제를 검토한다는 것은 정부가 자영업자를 더 이상 국민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비대위는 시위 현장에서 △확진자 수 중심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중증환자 수‧사망률 등 치명률 중심으로 재편 △방역수칙을 한 차례만 위반해도 10일간 영업을 정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폐지 △시설 중심 방역기준을 개인 방역 중심으로 개편 △손실보상위원회에 자영업자 참여 △신속한 손실보상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하는 부산의 한 PC방 사장은 “1년 6개월 넘게 정부 방역 수칙을 따랐지만 달라지는 건 없고 오히려 방역 강도만 높아지고 있다”며 “보상도 신속하게 이뤄져야겠지만 당장 우리가 원하는 건 정상화다. 장사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부산과 인근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시위 참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점주는 “오후 5시에 문 열어 오후 9시까지 2인 이하로 손님을 받는데 매출이 나올 리가 있나. 어젠 매출이 0원이었다”며 “거리가 멀지만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알리기 위해 참가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앞으로도 전국적인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활동 범위를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으로 확장하기 위해 최근 각 시도별 지부장 선임을 마쳤다. 오는 26일 밤 11시에는 경남에서 시위를 이어가며 이후에도 시도별 지부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인 단체 행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경찰은 비대위 시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진행된 1‧2차 차량 시위 역시 불법 집회라고 판단해 김기홍 비대위 대표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1인만이 차량에 탑승했기에 감염병예방법‧집시법 위반이 아니다”라면서도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잡혀가는 게 겁나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