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늘리지 마" 경고에 은행권 대출 중단·축소…수요자 혼란
2021-08-21 11:14
최근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중단, 축소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축소 시그널에 이어 은행권의 '대출 죄기'가 현실화하면서 내집 마련 등 대출 계획을 세우고 있던 수요자들의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3개월여간 신규 주택담보대출 시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취급 중단 상품에는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대출 등 부동산대출의 신규·증액·재약정 계약은 물론 토지, 임야 등 비주택까지 포함됐다. 시중은행이 신규 주담대를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은행은 지난 20일부터 다음달까지 전세자금대출을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분기별로 대출 한도를 관리하는데, 3분기 한도를 모두 소진한 상황"이라며 "전세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한 것은 아니며 기존 전세대출 신청 취소 등에 따른 한도 여력 발생 시 추가 취급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이처럼 가계대출 축소 움직임에 나선 것은 계속되는 가계대출 증가세 속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출 총량관리 방안을 요구해 오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규모는 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신한·하나·농협·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 역시 695조3082억원으로 한 달 새 6조200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은 연초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 목표치를 5~6%로 제시했으나 이미 상반기 증가율이 8~9%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당초 목표치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올 하반기 3~4%대 수준으로 바짝 죌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각 금융회사에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연봉의 2배에서 연봉 이내로 축소할 것을 주문하는 등 가계부채를 직접 관리하는 비상체계를 가동한 상태다.
현 상황을 바라보는 금융소비자들의 우려는 높다. 대출 특성상 특정 은행이 취급을 중단하면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같은 가계대출 중단 움직임이 일부 은행에서 은행권,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가까운 시일 내에 주택 구입을 앞두고 있거나 이사 과정에서 전세자금대출이 필요한 이용자의 경우 제때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욱 높다.
한편 이번 대출 중단 여파로 연내 출시가 예고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론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뱅 등은 올 연말에서 늦으면 내년 초 100%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주담대를 내놓겠다고 예고했으나 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움직임 등에 따라 상품 출시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