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재건축 시계 재가동...토지거래허가제에도 잇단 신고가

2021-08-22 09:00
잠실 미성·크로바 약 2년 만에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잠실주공5도 청신호
잠실 개발과 시너지...원룸 아파트도 평(3.3㎡)당 1억원 신고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송파구 주택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재건축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가 약 2년 만에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잠실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주공5단지도 3년 만에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넘어서면서 재건축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다.

서울시가 한강변 아파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층고제한(15층, 35층)도 공공주택 비율을 늘리는 조건이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건축 사업성도 밝아졌다. 잠실 재건축 정상화를 외친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열린 ‘제15차 건축위원회’에서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에 대한 건축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미성·크로바는 지난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이 잠실에 최고의 랜드마크 단지를 짓겠다며 각종 특화설계를 도입했지만 2019년 건축 설계안을 재출하고도 약 2년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단지 3개동의 최상층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 타워 측면에 LED 조명을 설치해 영상을 보여주는 미디어파사드, 전면 커튼월 등이 주변 환경을 저해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다.

이번에 통과된 설계 변경안은 서울시의 지적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스카이브리지 1개소와 양쪽 커뮤니티 라운지, 커튼월, 중앙공원 및 실내체육관, 수영장 등 고급화 전략은 유지했다.

변경된 설계안에 따라 기존 스카이브리지를 단지 최상층보다 하단에 설치하고, 전체 가구의 10% 이상을 3~4인 가구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잠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잠실주공 5단지도 그동안 발목을 붙잡았던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정상화 단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아파트는 준공된 지 43년이 넘은 단지로 지상 15층 30개동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잠실주공 5단지는 그동안 단지 내에 있는 신천초등학교 부지 이전을 둘러싸고 서울시·서울시교육청 간 의견이 부딪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부지 증축을 원했고, 서울시는 학교를 증축하면 공공주택이 줄어든다며 반대했지만 이번에 서울시가 서울시교육청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줄어든 공공주택 비중은 계획이 무산된 호텔 부지를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2017년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잠실역과 인접해 있는 단지의 경우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호텔, 컨벤션 등 비주거 용도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건축 단지에선 주거와 관련된 시설만 넣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합이 호텔을 빼고 주거시설을 넣은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하기로 하면서 아파트 공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제출된 정비계획안을 토대로 잠실주공5단지 입지와 공공성 등을 따져 주거시설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잠실에는 이 단지들 외에도 진주아파트, 장미아파트 등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진주아파트는 1980년 준공돼 41주년이 넘은 노후 단지로 지난해 말 특별건축구역으로 건축심의를 통과해 지난달 착공에 돌입했다. 이 단지는 2024년 7월 준공을 통해 1507가구에서 2678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개발된다.

장미아파트는 1984년 준공된 단지로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15년 만인 지난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잠실 재건축 사업의 물꼬가 트이면서 집값도 상승세다. 특히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을 비롯한 대형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근 아파트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잠실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은 34만4605㎡ 부지에 전시 컨벤션, 야구장, 스포츠 콤플렉스, 마리나 수영장 및 업무상업숙박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예상 사업비만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실제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달 22일 28억400만원에 거래돼 1월(23억원)보다 5억원 이상 올랐다. 잠실 엘스 전용 84㎡ 역시 지난 3월 24억5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를 찍으면서 지난해 12월(22억4000만원)대비 2억원 이상 상승했고, 장마아파트 전용 82㎡도 지난달 31일 22억4000만원에 최고가로 거래돼 지난해 12월(16억5000만원)대비 6억원 가까이 올랐다.

단위가 작은 소형 면적의 경우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토지면적이 18㎡ 이하인 잠실 아파트에서는 평(3.3㎡)당 1억원에 근접한 거래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잠실파크리오 아파트 전용 35㎡는 지난 6월 10억35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4000만원이 올랐고, 잠실 리센츠 전용 27㎡도 지난 6월 11억원에 신고가 거래돼 직전 거래(5월) 대비 1억원 이상 올랐다. 대지지분이 18㎡ 이하인 잠실 일대 주상복합아파트의 소형 평수도 신고가 거래가 터지고 있다.

신천동 인근 A공인 대표는 "잠실은 실거주 의무가 있는 데다 15억원을 초과해 주택담보대출도 나오지 않는 등 제약이 많은데도 매물을 찾는 수요자들이 많다"면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종료되면 눌려 있던 가격이 더 튀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급한 상황이 아니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