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 윤희숙 “노동·교육·연금·공공부문 개혁이 성장 정책”

2021-08-19 00:00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희망을 살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김도형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18일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희망을 살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 기세가 없다. 기세는 희망에서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의원은 특히 노동·연금·교육·공공부문의 개혁을 언급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자산을 일굴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며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면서 청년에게 부담이 가는 ‘몰빵’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경제파이 키워도 부담은 MZ세대 몫

-대선은 회귀적 투표 성향인 총선과는 달리 미래 지향적 가치를 가진다. 내년 3·9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통 공정과 상식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하는 분들의 속마음이 뭘까 생각하면 나라가 제 모양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합리성이 하나도 없다. 결정이 상식대로 이뤄지지 않아 나라의 틀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을 많은 분들이 느낀다. 젊은이들이 기세가 없다. 기세는 희망에서 나오는 거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없는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회가 전심을 다해 씨름을 하지 않는다. 이상한 거다.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을 안 하는 거다. 시대정신이라고 하면 희망을 살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죽어 있는 것이다.”

-많은 대선 주자들이 2030세대 표심을 얻고자 공약을 내걸고 있다. 윤희숙만의 묘수가 있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을 통해 월) 8만원을 나눠준다고 하지 않나. 8만원을 주면 그 기세가 살아날까. 그런 생각은 안 든다. 당장 돈 8만원이 덜 들어오는 게 아니라 희망이 없다는 거다. 자산 시장을 어떻게든 안정시키고 젊은 사람들이 자산을 일굴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게 일자리,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경제의 전체 파이를 키우면서 청년에게 부담이 가는 몰빵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은 파이가 급속하게 줄고, 그 고통이 청년들한테만 간다. 그 두 가지를 고쳐야 한다.”

-성장 정책도 뜨거운 감자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상황에선 저성장이 불가피하지 않나. 

“소득이 올라가면 기세가 예전만큼은 못한 게 당연하다. 그런데 우린 잠재성장률이 너무 빨리 떨어지고 있다. ‘그러려니’ 하면 안 된다. 더한 어려움이 올 것이다. 전 세계의 기술 지형, 산업 지형이 지진처럼 흔들리고 있다. 이게 흔들리면 왕왕 기회가 된다. 코로나19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지 않나. 모든 식당이 배달앱을 이용하는 게 이런 거다. 이런 걸 살려줘야 한다. 전환기의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는데, ‘저성장은 당연하니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이런 건 굉장히 무책임한 거다.”

◆4대부문 개혁이 대통령 1호 지시사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무엇을 대통령 1호 지시사항으로 할 건가.

“인수위를 구성하고 일주일간 개혁 과제를 올릴 것이다. 제가 생각한 개혁 과제가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공공부문 개혁이다. 우리나라가 뭔가를 해보려면 정비를 해야 된다.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한 규제개혁이고, 가장 악성규제가 노동규제다.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 겁내는 것도 노동규제다. 규제개혁이 성장 정책이다.”

-한국판 하르츠 개혁과 관련해 국가경제를 위해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반박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그런 걸 설득해 나가야 한다. 노동개혁 어젠다를 이용하는 사람이 누구냐. 강성노조들이다. 대기업에 기반을 둔 강성노조들이 왜 무기한 파업을 하나. 회사로부터 뜯어먹을 게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강성노조의 특징은 하청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일용직에 관심이 1도 없다는 거다. 연대의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귀족노조의 특권을 해소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지만, 또 중요한 건 강성노조들이 취약 근로자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개혁을 어떤 방식으로 해낼 것인가. 홍준표 의원은 ‘대통령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하겠다고 했다.

“시대가 어느 시댄데 재정경제명령권인가. 민주주의의 프로세스를 존중하면서 해야 한다. 나는 그분이 말하는 노동개혁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 말만 노동개혁이고 강성노조 때려잡는 건데, 뭔지 모르겠다. 일상적인 국회 프로세스에선 통과가 난망하다. 저쪽이 180석 아니냐. 유일한 길은 대선 과정에서 노동개혁이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 노동개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하고, 공감도를 올려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를 대통령이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면 국회에서 타협해야지. 그게 민주주의 과정이다.”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뭔가.

“일단 청와대를 정상화시키는 거다. 청와대 수석이 법적으로 무슨 근거 규정이 있나. 아무것도 없다. 그런 수석들이 장관을 지휘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법령에 근거가 없는 직책을 만들고, 청와대가 하나의 정부가 되는 것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전체주의 국가의 특성이다. 개발 독재시대부터 이런 싹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 때 아주 심해졌다. 수석들이 TV에 나와서 정책을 설명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정책에 대한 책임은 장관이 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심해진 거다. 4년간 너무 익숙해졌다. 저뿐만 아니라 여러 후보가 청와대 축소를 걸고 나왔다. 윤석열 캠프도 민정수석실을 없애겠다고 했다. 내가 대통령이 돼 내 수족을 묶어놔도 그게 나라가 제대로 되는 길이라고 약속을 한 거다.”

◆LTV 규제 풀고 공공임대 질 높이겠다

-문재인 정부 내내 부동산 대란이 일어났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그것도 합리적으로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왜 폭망했을까. 사람들의 주거 개선 욕구를 인정하지 않아서 그렇다. 거기에서 구멍이 났다. ‘더 좋은 집에 이사가겠다’, ‘전세에서 자가로 가겠다’, ‘월세에 살다가 전세로 가겠다’는 사다리 한 칸 올라가려는 움직임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걸 본인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의식은 없었던 거 같다. 대신에 이걸 표밭으로 관리했다. 아무 근거 없이 투기꾼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더니 세금으로 때려잡을 생각만 했다. 결과적으로 강남 아파트 주인만 너무 행복해졌다. 소득이 충분한 사람들에겐 꽃놀이패가 된 것이다."

-폭발 직전인 부동산 민심을 잡을 비책이 있나.

“주택정책의 목표는 ‘더 나은 주택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를 응원하고 지원해라’다. 공공임대주택은 질이 좋아야 한다. 양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 (공공임대주택에 살면) 2등 시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러면 안 된다. 규모는 작아도 질은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전세를 사는데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에겐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잔뜩 올랐는데 젊은 사람들이 집을 마련할 길이 어딨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많이 풀어야 된다. 자기 집 있는 사람들이 좋은 데 가서 살겠다고 하면 그걸 막을 일이 뭐가 있나. 그걸 왜 규제하나.”

-금융규제를 완화할 때 가계부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있다. 가계부채가 많긴 많은데 가계부채의 성격을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상당히 우량이다. (가계부채가)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나, 정책을 만들 때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무엇보다 무주택자들의 자산 형성, 내 집 마련의 꿈을 꺾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국가의 우선적인 목표를 ‘내 집 마련을 적극 돕는다’로 설정하고 안 하고는 굉장히 차이가 크다. 문재인 정부 같은 경우엔 목표를 주택 가격 안정으로 놨다. 근데 주택 가격 안정을 하는 이유가 뭐냐. 그건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서다. 근데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LTV를 40%로 깎아버렸잖나.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오른다고 내 집 마련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의 대출을 확 조이는 방식으로 가면 원래 목표가 사라지는 거 아니냐. (LTV 확대와 관련해) 70%보다는 좀 높아도 될 것 같다.”

-‘이재명 저격수’라고 불린다. 이 지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이유가 뭔가.

“(이 지사) 정책을 보면 끝이 뻔하다. 양극화가 심하다고 하면서 (기본소득은) 왜 똑같이 돈을 뿌리나. (기본대출이라고 하는데) 돈을 빌리는 게 무슨 기본권인가. 국민의 행복추구권 중에 남에게 돈을 빌려야 되는 게 어딨나. 핵심은 선거 때 국민에게 돈을 뿌리겠다는 거다. 그런 움직임의 끝에 뭐가 있을지 예측가능하지 않나.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공무원을 다 풀어서 슈퍼마켓의 가격표를 다 바꿨다고 하지 않나. 이게 그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한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 있다고 보나.

“우리는 죽어도 그렇게 안 될 거 같나. 베네수엘라가 2000년대만 해도 남미에서 제일 잘살았다. 그렇게 되는 거 오래 걸리는 일 아니다. 중요한 결정, 고통스러운 결정은 다 뒤로 미루고 듣기 좋은 얘기만 하면서 돈만 뿌리면 어떻게 하나. 아르헨티나는 1980년대 전 세계에서 제일 잘살았다. 지금 망하는 거 보라. 나라의 기세가 꺾이고 규범이 무너지면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망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