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고점 높이는 환율…1200원도 넘보나

2021-08-17 18:00

[사진=아주경제DB]

원·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12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어 외환시장에서 당분간 원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내 증시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원·달러 환율 급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공세에 따라 발생했다는 점에서, 1200원대를 넘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이달 들어 36원 급등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이후 1130~1150원대에서 흐름을 이어가다 지난주 들어 1160원대까지 뛰어올랐다. 이후 17일 하루 만에 9원 가까이 오르며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종가(1142.10원) 대비로는 한때 36원이나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임박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 크리스토퍼 윌러 미 연준 이사는 “이르면 10월부터 채권 매입을 줄여나갈 수 있다. 9월에는 (테이퍼링) 계획에 대한 발표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에 중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며 부진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달러 강세를 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환시장에서 원화만이 나홀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에 따라 원화 약세 흐름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를 부추기고, 이러한 상황이 다시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원화 약세는 국내 주식시장 하락도 자극하는 모습이다. 17일 코스피는 8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는데, 하락 원인으로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 확대, G2 경제지표 둔화, 아프간 사태에 따른 국제정세 불안 등이 지목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까지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증시 자금 유출이 자극을 받은 상황"이라며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현대차 등 대형 소프트웨어와 자동차주가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발표는 미군 철수를 결정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담"이라며 "바이든과 민주당 정부는 내년도 예산과 부채한도 상향 등을 공화당과 논의해야 하는데 관련 협상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주요 성장 동력이 친환경 정책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친환경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점 높인 환율, 1200원 돌파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달러 강세를 뒤집을 만한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인 데다, 연일 발표되는 양호한 미 경제 지표가 달러화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만 해도 순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반도체 업황 사이클둔화 우려 등으로 순매도 규모를 확대하면서 수급적 부담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졌다”며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대외여건과 국내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효진 KB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원·달러 상승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외국인 국내 주식을 추가 매도할 경우 환율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매도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월말로 가며 수출 네고 물량이 원·달러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