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귀추가 주목되는 모건 스탠리의 ‘기우제’
2021-08-17 18:00
그 여파가 어떠했는지는 독자들께서도 이미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외국인들은 작심한 듯이 두 종목을 팔아치웠고, 그 매물을 다 받아낸 것은 이번에도 우리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는 한 주 동안 각각 8.7%, 14%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하였고, 코스피도 지난 주말 한때 3150p를 하회하며 주간 낙폭이 3%에 달했다. 작년 3월 하순 이후 ‘코로나 장세’에서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팔기만 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꾸준히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가 1440p에서 3300p를 올라서기도 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단연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개인들의 완승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와중에 어느 쪽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가 하는 점이며, 여전히 외국계 IB들의 리포트 및 그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외국인들의 단기적 물량공세에 취약한 국내 증시의 체력과 내공이다.
모건 스탠리가 이번에 발표한 리포트의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전망은 (필자의 기억으로는)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더 많았고, 이번에 제시한 주장에 대해서도 반도체 업계의 전문가들이나 실제 해당 기업들은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거기에다 같은 시점에 모건 스탠리 이상으로 시장 영향력이 상당한 골드만 삭스는 반도체 업종에 대하여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골드만 삭스의 리포트 또한 그 시기와 가격 레벨에 따라 잘 가려 들을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해(解)를 구할 수 없고 답(答)도 없는 금융시장이기에 누구나 어떤 전망이든 내놓을 수 있지만, 그들이 아무 연고 없고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인들의 부(富)를 키워주고자 천기(?)를 누설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건 스탠리의 전망을 시장 일각에서는 ‘인디언 기우제’라며 조롱하기도 한다. 비가 내릴 때까지 계속 기우제를 올리는 인디언처럼 계속 한 방향으로 주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맞을 것인데, 그것 가지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는 의미다.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라고나 할까? 아닌 게 아니라 모건 스탠리는 뉴욕증시에 대해서도 지난 6월 초부터 다시 기우제를 올리고 있다. 모든 것이 ‘꼭지(peak)’ 수준이라면서 미국 증시가 10~15% 정도의 조정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이후로도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은 이어져 왔기에 아직까지는 기우제에 불과하다.
해당 업종에서 세계 1~2위를 달리고 국내 기업들을 향한 모건 스탠리 및 외국인들의 ‘공격’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상당하다. 필자 또한, 한국 증시를 ‘ATM기’ 정도로 여기며 소위 선진금융기법을 동원해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려 드는 그들의 매매 행태가 마음에 안 든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소 찜찜하다. 그들의 전망이 탁월하거나 현물과 파생시장을 연계한 매매기법이 여느 때보다 더 정교해서가 아니라 때마침 비구름이 몰려오는 시점에 기우제를 시작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와 고용 등 경제지표의 흐름과 쉽게 정리되지는 않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는 국제정세, 그리고 이런저런 차트에서 관찰되는 기술적 부담 등등···. 떨어지는 칼날을 받아내자는 식의 역발상 전략도 주변에서 많이 목격되고 있지만, 지금은 ‘조금씩’ 그리고 ‘조심스럽게’ 시장에 접근해야 할 때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