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잃지 않는 것도 버는 길이다

2021-07-19 06:00

[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기 전의 우리나라 코스피 고점은 작년 2월 13일의 2255포인트였다. 그리고 한 달 남짓 만인 3월 19일에 코스피는 1439포인트까지 추락하였다(-36.2%). 같은 기간에 달러·원 환율은 1180원 근처에서 1296원까지 치솟으며 금융시장에는 극도의 공포감이 조성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건만 미 연준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자신들에게도 위협으로 다가왔는지 9개국에 통화스와프를 제공하면서 시장은 중요한 변곡점을 통과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도 멕시코, 브라질,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과 더불어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제공받은 6개국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몇 차례의 ‘6개월 연장’ 끝에 최근에는 ‘3개월 연장’으로, 올해 말이면 현재로서는 통화스와프가 만료된다. 연말에 가서 시장이 어수선하면 또 연준이 통화스와프를 연장해줄 것인지, 아니면 쨍쨍한 날 우산 빌려가라 해놓고 비 올 때 그 우산 되돌려 달라고 한다는 은행처럼(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다) 연준도 그때 가서 한 푼의 달러가 아쉬운 국가들을 외면할 것인지는 가 봐야 알 일이다.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통화스와프가 아니니 이 정도에서 다시 증시로 시선을 돌려보면, 모든 것이 멈춰서 버린 듯한 작년 3월 중순 바닥을 친 코스피는 이후 상승에 상승을 거듭해 금년 6월 25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3316포인트를 찍은 뒤(작년 3월 19일 저점 대비 +130.4%) 다음 방향성을 모색 중이다. 금년 들어서도 이미 지난 주말까지 14%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니 열심히 일하여 받은 월급으로 착실히 저축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는 분명 아닌가 보다. 참고로 코스닥도 살펴보면 작년 저점 대비로는 145.6%, 금년 들어서는 8.6% 상승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내 증시의 엄청난 반전과 상승을 이끌어낸 세력은 다름 아닌 개인 투자자들이다. 작년 3월 20일 이후 거래소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89조9000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31조7000억원)과 기관(-56조8000억원)의 매물을 다 받아내는 중이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1000억원과 12조8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동안 개인들은 21조9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누군가 팔면 누군가 사는 시장에서, 얼핏 보기만 해도 코스닥 시장에서는 덧셈 뺄셈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 차액은 다름 아닌 기타법인의 8조원 순매도에서 채워지는데, 코스닥 기업들의 대주주들은 주가 급등을 고마워하면서 보유 주식을 적극적으로 처분해 왔다고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수 오르면 뭐하나, 내가 들고 있는 종목은 마이너스인데···.”,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좋다고 하길래 샀다가 제대로 물렸어.”, “나 혼자 바보처럼 사는 것 같아서 새해 들어 처음으로 주식투자란 걸 시작했는데 수익내기도 쉽지 않고 신경이 너무 쓰여.“, “블록체인이라는 게 어마어마한 기술이고 가상화폐가 인플레 시대에 유용한 헤지 수단이라고 하길래 적금 깨고 들어갔더니 지금 반토막이야.”

물론 이 코로나 시국에 큰 돈 번 사람들은 입 다물고 지내기에 그러하겠지만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듣는 하소연들은 위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자주 듣게 되는 말은 “델타 변이가 확산된다고 하는 이때에 나도 부자가 한 번 되어볼까 하는데 왜 이렇게 장이 안 빠지는 거야” 같은 말이다.

증권가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사람들일수록 요즘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으로 주는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주식투자 하면서 마음고생 안 하려면 최대한 빨리 2020년은 잊어버려라. 그런 장세는 평생에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예외적인 경우이다.”

“지금은 극도의 불확실성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파괴적일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경기회복세는 이어질 것인지, 이러다 더블딥으로 진입할 것인지···.”

지금은 지켜볼 때라는 의미다. 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잃지 않는 것도 버는 것이라는 의미다. 아, 그러나 한 가지 사족을 달고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 필자를 포함하여 위와 같이 이야기하는 소위 전문가 그룹들도 작년에는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못 쫓아온 사람들이다. 우리는 지금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세상과 시장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