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집값·갈팡질팡 정책…부동산 시장에 와버린 레임덕

2021-08-16 06:00
정책 철회에 신뢰감 하락…정부 말 안 믿어
정부 경고 안 듣고 샀더니 집값 상승…시장선 더 오를 것 예상
3기 신도시 공급효과…공급 불안감 해소 기대

북서울꿈의숲에서 바라본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아주경제DB]


잇따른 정부 부동산 정책 철회와 더불어 강력한 '집값 고점' 경고에도 집값은 상승하며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정부의 말을 믿지 않으며 정부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레임덕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당초 여당은 지난 5월 27일 발표한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 폐지를 발표한 이후 50일가량 된 시점에서 최근 해당 내용을 담은 '임대사업 세제 혜택 폐지'에 대한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임대사업 세제 혜택 폐지 발표 이후 전월세난 우려, 정책 일관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며 부담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이다.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들이 보유한 주택의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해 집값을 안정화시키려고 했지만 오히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며 전세난은 심해졌다.

부동산 정책을 번복한 사례는 최근 하나 더 있었다. 지난달에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철회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해졌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논의를 진행하지 않다가 슬그머니 발을 뺀 것이다. 2년 실거주 의무가 풀리자 대형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는 전세물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이렇다 할 부동산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추격매수를 자제하라는 목소리를 내며, 다주택자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축소하는 등 세금 압박을 통해 물량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 또한 주택 매수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며 오히려 증여를 가속화하는 등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양도세 중과 등 대책도 효과는 없었고, 매물 잠김을 심화했다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집주인들은 앞서 양도세 중과 등에 대한 우려를 참고 기다렸더니 오히려 집값이 오르며 전화위복이 됐다"며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축소하더라도 집주인들은 더 기다리거나 증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에 대한 효과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규제 완화를 통해 매물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점 경고에도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 더 올라갈 것"
정부의 연이은 집값 고점 경고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아파트 매수 심리는 더 강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8월 9일 조사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8.0으로 2주 전(107.8)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7월 첫째 주(108.0) 이후 5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매수급 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기준보다 작다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기준보다 크다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지금은 매수심리가 강한 상태다.

매수심리뿐 아니라 실제로 집값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30% 올라 상승 폭이 전주보다 0.02%포인트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8개도 상승률은 각각 0.39%, 0.23%로 전주 대비 0.02%포인트씩 커졌으며 5대 광역시와 지방 상승률도 나란히 0.20%에서 0.21%로 올랐다.

특히 수도권의 집값 상승률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고점 판단은 시장이 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집값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으니 (정부가) 고점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고점인지는 시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미분양 증가, 주택 재고량 증가 등 집값 하락 신호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추세를 볼 때 하반기에도 집값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대출규제 등도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출도 6조1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매매 및 전세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났고 집단대출도 지속하며 증가액이 전월(5조1000억원) 대비 1조원 늘었다. 7월 증가폭으로는 2015년 7월(6조4000억원)에 이어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크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을 규제지역의 6억원이 넘는 주택으로 확대했다.

앞으로 정부는 대출을 더 조일 전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온) 대출' 등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8∼9%였던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엔 3∼4%로 억제해야 한다. 당시 은 위원장은 "다소간의 비판과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결국은 공급…사전청약 긍정적 평가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사전청약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인천 계양, 남양주 진접, 성남 복정, 의왕 청계, 위례 등을 시작으로 올해 3만2000가구, 내년 3만 가구 등 올해와 내년에 걸쳐 수도권 3기 신도시 등에서 모두 6만2000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한다.

여기에 사전청약 대상을 기존 공공주택뿐 아니라 공공택지의 민영주택과 서울 도심의 공공 복합사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젊은 층 수요를 흡수하는 등 공급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 합동 담화에서 "내년까지 이어지는 6만2000가구의 사전청약 물량은 수도권 연평균 분양물량의 35%에 달하는 만큼 시장 안정의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발표한 공급정책이 추진되면 앞으로 10년간 전국 56만 가구, 수도권 31만 가구, 서울 10만 가구가 매년 공급될 수 있다"며 "수도권 31만 가구는 압도적 물량으로 시장과열을 진정시킨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총건설물량 29만 가구를 넘어서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서울 청약자의 경기·인천 택지 적극 청약 사례가 확인됐다"며 "서울과 가깝고 교통망 확충이 기대되는 양질의 택지를 지속 발굴하는 것이 수도권 집값 장기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