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미학] 떨어진 입맛 사로잡는 간편식의 '빨간 맛'

2021-08-15 10:58
집에서 편하게 즐기는 부민옥 육개장·금미옥 쌀떡볶이

부민옥 육개장(왼쪽)과 금미옥 쌀떡볶이. [사진=기수정 기자]


기운이 없거나,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할 때면 늘 찾아 나서곤 했던 '빨간 맛'.

예전 같았으면 이 '빨간 맛' 유랑만 여러 차례 떠났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 안팎을 기록하는 등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이다.

쉽사리 발길을 뗄 수 없는 현실이 싫다. 이맘때면 특히 그리워지는 그 맛을 포기하긴 싫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가정간편식(HMR). 떨어진 입맛을 사로잡고,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리는 음식을 집 안에서 편하게 맛볼 수 있는 시대를 산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간편식으로 출시된 부민옥 육개장. [사진=부민옥 제공]

◆65년 전통 서울식 육개장 '부민옥'

65년째 '서울식 육개장'의 명맥을 이어온 부민옥(서울 중구 다동). 1956년부터 시작해 2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육개장 전문점으로, 명실상부 서울을 대표하는 노포 한식당이 됐다. 

통대파와 양지고기, 배추 등을 가득 넣고 푹 끓여낸 국물 맛은 시원하면서도 부드럽다. 시중에서 쉽게 접하는 육개장의 진한 국물맛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빨간 국물이지만 그 맛은 순해 남녀노소 즐기기 부담이 없다.

길게 찢어 듬뿍 넣은 양지고기와 칼칼한 국물 맛이 한데 어우러지며 허기진 뱃속을 채우고 떨어진 입맛을 달랜다. 

애호가(마니아)층이 많은 부민옥 육개장은 최근 가정간편식(HMR)으로 출시됐다. 지난 13일부터 지에스숍(GS SHOP)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부민옥은 육개장에 들어간 식재료와 맛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멸균 레토르트 방식이 아닌 조리 후 급랭법을 적용했다. 국·탕류 급랭 제품은 제조 및 포장, 유통 원가 상승 요인이 있지만, 김승철 부민옥 대표는 식재료가 액체(국물)에 잠겨 유통되는 멸균 레토로트 제품과 비교해 음식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는 '조리 후 급랭법'을 선택했다. 실제 매장 판매 음식에 가까운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에서다. 

김승철 대표와 함께 이번 부민옥 육개장 간편식을 기획한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은 "이번 제품의 특·장점은 원래 부민옥에서 판매하는 육개장과 '거의 똑같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고기 꾸미에 고기 향과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어야 하고 통대파의 단맛이 국물에 제대로 녹아들어야 진짜 부민옥 육개장"이라며 "특유의 육개장 맛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구·실험을 거친 후 시제품 제작을 진행해야 했다"고 귀띔했다. 
 

금미옥 쌀떡볶이[사진=마켓컬리 앱 갈무리 ]

◆입맛대로 집 안에서···금미옥 떡볶이 

떡볶이의 자극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워낙 '빨간 맛' 애호가이기도 하지만, 매콤달콤한 맛과 입안에서 춤추는 쫀득한 식감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떡볶이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문제는 배달조차 할 수 없는 새벽 시간에 이 '자극적인 맛'이 생각날 때다. 참을 수 없는 빨간 맛의 유혹을 해소하는 데는 '간편식'만 한 것이 없다.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성수동에 자리 잡은 금미옥은 마켓컬리에 쌀떡볶이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이자마자 떡볶이 월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스타 떡볶이'로 부상했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팔던 쌀떡볶이의 맛 같기도 하고,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떡볶이의 맛도 난다.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맛이다. 

이 금미옥 쌀떡볶이는 순창(전북) 고춧가루 3가지를 섞은 후 7가지 이상의 건어물과 채소로 만든 육수에 15가지 양념을 혼합해 깊은 맛을 낸다. 

무엇보다 떡이 별미다. ​흔히 먹는 것보다 가래떡이 굵고 쫀득하다. 국물이 거의 없이 진득한 '빨간' 양념과 가래떡, 어묵의 조화는 혀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칼칼한 맛은 물론, 단맛도 강하다. 그럴 땐 각자의 취향에 맞게 재료와 양념을 더하면 좋을 듯하다. 튀김만두를 곁들여도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