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 지분 매각] `가격 보다는 포트폴리오 전환'...SK루브리컨츠 매각전 데자뷰?
2021-08-10 16:36
SK이노베이션이 '그린 포트폴리오'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SK종합화학 소수 지분 매각도 SK루브리컨츠 소수 지분 매각처럼 사업 재편의 일환이다. 큰 틀에서 두 거래가 유사한 점이 많다 보니 이번에도 SK루브리컨츠 거래처럼 속도가 붙는 가운데 '헐값 매각'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00% 자회사인 SK종합화학 지분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최대 49%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다. 지난 4월 SK루브리컨츠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의 두 번째 소수지분 매각이다.
올해 두 번째 매각이다 보니 SK종합화학도 SK루브리컨츠 매각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번의 매각 모두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구조 개선 및 사업 재편 차원의 매각 전이기 때문이다.
당시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은 헐값 매각이란 지적이 상당했다. 브랜드 ‘지크’로 잘 알려진 SK루브리컨츠는 자동차 윤활유의 주재료인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다.
당시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IMM PE와 SK이노베이션 사이에 합의한 SK루브리컨츠의 기업가치는 3조 3000억원 선이었는데 SK루브리컨츠가 저평가 됐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M&A에서 자주 쓰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배수를 적용할 경우, 6배 전후였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사 예상치에 한참 밑도는 수치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의 적정 EBITDA 배수는 9배~11.5배다. 황 연구원은 불황일 경우 9배, 평균일 경우 10.3배, 호황일 경우 11.5배로 나누어 시나리오 별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데 최근 윤활유의 산업환경을 호황으로 판단하고 11.5배를 적용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 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에 속도를 냈던 이유는 '그린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친환경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지난달 1일 SK이노베이션은 파이낸셜 스토리, 거버넌스 스토리 등이 종합된 스토리 데이를 개최했는데 그 자리에서 김준 대표는 "그린 중심 성장을 위해 2025년까지 지난 5년간 투자의 2배가 넘는 총 30조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30조원은 SK이노베이션 총자산의 71%에 해당한다.(지난 1분기 연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자체 자금으로 투자금을 충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차입금의존도다. 2019년 말 31.1%였던 차입금의존도는 올 1분기 말 38.9%로 7.8%p 늘었다. 통상 30% 전후로 차입금의존도의 높고 낮음을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SK이노베이션은 차입금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지난해와 올해 신용평가 3사 모두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낮추며 이자비용 부담도 가중됐다.
IB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올드 비즈니스를 빨리 팔고, 그린 포트폴리오로 빠르게 넘어가는 중"이라며 "속도에 너무 방점을 맞춘다면 이번 매각 역시 SK루브리컨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