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인성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이기에 가능했다"

2021-08-11 00:00

'모가디슈' 강대진 역의 배우 조인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언제나 치열했다. 배우 조인성의 작품 목록(필모그래피)을 돌이켜 보면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분투하는 대표적 장면이 떠오르곤 했다. 제대 후에는 더욱 그랬다. 영화 복귀작 '더 킹'은 전체 회차 중 90% 이상 출연했고 '안시성'은 매일 흙먼지를 삼켜가며 현장을 내달렸다. "이제 힘든 작품은 그만하고 싶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어느새 또 온몸을 던져가며 작품에 임하고 있다.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도 그랬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 때문에 고립된 사람들의 탈출을 그린 이 영화는 촬영 전부터 "무모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전 회차를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촬영해야 했고 많은 외국 배우와 호흡해야 했으며, 거친 총격 장면과 자동차 추격 장면도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조인성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작품에 온몸을 던졌을 뿐이다.

조인성은 극 중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 참사관 강대진 역을 맡았다. UN 회원국 가입을 위한 외교전을 위해 한국에서 이역만리 소말리아로 파견된 인물. 할 말 다 하는 성격의 강대진은 탁월한 정보력과 기획력은 물론, 국적 불문 콩글리시(엉터리 영어회화)까지 구사하는 등 팔방미인의 기질이 돋보인다. 

아주경제는 영화 '모가디슈'의 주연 배우 조인성과 온라인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조인성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모가디슈' 강대진 역의 배우 조인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 사이에서도 '무모하다'고 불릴 정도로 어려운 작품이었다. '모가디슈'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 류승완 감독님이 '모가디슈'를 찍기 때문이었다. 감독님에 관한 신뢰가 컸으니까. 또 김윤석, 허준호 등 동료 배우들과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움직이더라.

류승완 감독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 류승완 감독이기에 가능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베테랑 감독이고 그가 가진 경험이나 판단력 등이 응집해 이 영화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100% 현지 촬영을 진행했는데
-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통해 해외 현지 촬영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해외 촬영 일정이 빡빡하고 어렵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모가디슈'는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촬영을 한 터라 편한 점이 많았다. 시간 구애도 덜했고 현장도 가까워서 영화 찍기에는 좋은 환경이었다.

조인성에게 '모가디슈'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대단한 의미나 상징성을 부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의 경험'이라고 본다. 100% 해외 현지 촬영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시절을 보내고 온 것 같다. 코로나19 범유행 전에 촬영을 마쳐서 당시를 생각하면 참 좋았던 시절 같다.

강대진은 안기부 출신의 젊은 대사관 참사관이다. 조인성을 만나 전형성을 띠지 않게 된 것 같다
- 다른 배우가 찍었다면 또 다른 모습이었을 거다(웃음). 제 생각에 안기부 출신 참사관은 시대가 주는 묵직함과 엄숙함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조금 다양한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협상하거나 목적을 이룰 때는 윽박지르기도 하고 비굴한 모습도 보이면서 다채로운 성격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거다. 탈출하는 과정이 워낙 숨 가쁘고 묵직하다 보니 강대진이 숨통을 트이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모가디슈' 김윤석(왼쪽), 조인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동기로 삼았다고
- 엄숙한 상황 속 가벼운 터치를 통해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만의 울림이나 쉬어가는 타이밍 등을 참고하려고 했다. 그래야 영화를 보면서 숨통을 트일 수 있겠다고 판단한 거다.

강대진 역을 맡으며 따로 아이디어를 내거나 반영된 부분도 있나
-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정확한 촬영대본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따로 아이디어를 내 거나 만들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류 감독님이 이미 캐릭터를 잘 구축해놓았기 때문이다. 그 인물을 구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더 킹' '안시성'도 그렇지만 '모가디슈'도 여러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 같이 생활하다 보니 억지로 표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호흡이 맞았다. 연기를 넘어서는 부분들이 있더라. 표현하지 않으려 해도 표현되는 그런 점들이 있었다.

태준기 역의 구교환과 일대일 대결 장면이 인상 깊더라
- 몸은 몸대로, 연기는 연기대로 신경 써야 해서 어려운 장면이었다. (구)교환이가 그 역할을 잘 해냈다. 그 덕에 저도 같이 빛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액션 합을 맞추는 과정은 어땠나
- 류 감독님이 워낙 액션 경험이 많지 않나. 액션 장면을 구현하는 데 탁월해서 합리적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배우가 더 할 수 없는 부분은 액션 배우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사고 없이 안전하게 찍을 수 있었다.

모로코 현지에 액션 스쿨을 만들어 작업했다고 들었다
- 쉽지 않은 경험이다. 시위대로 나오는 배우들과 연기하며 언어를 넘어서는 느낌을 받았다. 언어라는 장벽을 넘어 서로 표현하려는 지점이 맞아떨어질 때 느껴지는 감동이 굉장하더라. 미술 작품을 보며 느끼는 감동 등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됐다. 연기가 예술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이런 거겠구나 싶더라.
 

'모가디슈' 강대진 역의 배우 조인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킹'은 104회나 촬영했고 '안시성'은 내내 흙먼지만 먹었다고 했다. '모가디슈'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 내 말이 그 말이다! 여기서도 흙먼지만 먹는다. 인제 그만 먹어야 할 텐데…자꾸 온몸을 내던지고(웃음). 이제 온몸 말고 팔 한쪽 정도만 내던져야겠다.

과거 인터뷰를 할 때면 자기 복제에 관한 경계를 많이 표현해왔다. 요즘은 어떤가. 연기할 때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
- 역시나 자기 복제다. 지금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자기 복제'라는 게 어떻게 느껴지느냐면 익숙한 옷을 입었을 때 더욱 불편하다고 할까. 지금까지 연기했을 때 '불편하다'라고 여겼던 장면들에서 더욱더 좋은 연기가 나왔다. 반성하고 자기 복제에 관해 끊임없이 경계하려고 한다.

아직도 배우로서 많은 고민을 거듭하는 중인가보다
- 그렇다. 대단한 고민은 아니다. '다음에는 뭘 보여줄까?' 하는 거지. 연기는 항상 제로 값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경지에 오르는 게 아니라 언제나 제로다. 새 작품을 찍을 때면 신인처럼 떨리고 불안하다. 아무리 해도 결국 제로에서 시작한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 등에서도 얼굴을 비추는 등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 현상에 관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에게 인사드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하다가 기존 방법만 고수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가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시작한다거나?
- 그건 좀(웃음). 사회관계망서비스는 할 생각이 없다. 팬들과 소통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잘 해낼 자신이 없다. 제가 좀 아날로그적이라서. 게다가 맞춤법이라도 틀렸다가는…. 실망을 더 크게 하실 거 같은데. 실시간으로 공유할 만한 일상이 없기도 하고.

코로나19 속에서도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 4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찍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극장을 찾아주셨을 텐데 만족스러우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여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