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기업을 자산 혹은 매출규모에 따라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눈다. 대기업은 자산이 10조원 이상이거나 3년 평균 연매출액이 2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이고 중견기업은 자산이 5000억원 이상이거나 3년 평균 연매출액이 1500억원이 넘는 기업을 말한다. 그 외의 모든 기업은 중소기업이다. 과거 1966년 제정된 중소기업기본법에는 상시 종업원이 5인 이하인 사업체를 영세기업이라고 해서 중소기업과 분리해서 따로 분류했지만 지금은 영세기업이라는 구분이 없다. 그 대신 중소기업을 소상공인과 소기업, 중기업으로 세분화시켰다. 소상공인은 상근 근로자 10인 이하의 개인 혹은 법인 사업체를 말하고, 소기업은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3년 평균 매출액이 10억원에서 120억원 이하의 개인 혹은 법인사업체를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산이 5000억원 이하이고 동시에 매출이 1500억원 미만이면 중소기업인데, 그중에서 매출이 10억~120억원 이하이면 소기업, 그중에서도 상시 종업원이 10인 이하이면 소상공인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중소기업의 숫자가 약 664만개로 민간기업 전체의 93%, 종사자는 1711만명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종업원 수나 사업체와는 별도로 중소기업이 창출한 GDP는 약 50%나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GDP의 절반을 창출함과 동시에 민간 일자리의 83%를 만들어내는 경제의 핵심 중추기관인 셈이다. 이 중소기업 중에서 소상공인은 약 620만 업체에 종사인원이 900만명에 이른다. 전체 민간 사업체 중 87%, 그리고 민간 취업 종사자 2060만명의 44%가 소상공인 혹은 그 종사자인 셈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특히 소상공인과 소기업의 경영 상황이 너무 열악해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외면하거나 혹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제한 등과 같은 미필적 배척정책을 취해 온 까닭에 고사상태에 빠진 지 이미 오래됐으며, 거기에다 코로나 피해가 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집중됨에 따라 거의 궤멸 상태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소상공인과 소기업을 합하면 종사자 수가 1300만명으로 전체 국가 일자리의 절반에 해당되는 셈인데, 이들이 무너지면 일자리 붕괴는 물론이고 이들이 안고 있는 거의 1000조원에 가까운 대출금의 상환능력이 흔들리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 게다가 이들이 무너지면 이들이 대량으로 일자리 시장으로 몰리면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함은 물론이고 부동산 임대시장이 동반하여 무너지면서 중소형 부동산시장도 심하게 흔들릴 것이다. 중소기업 붕괴는 막아야 한다. 특히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동시 몰락은 막아줘야 한다. 이들의 붕괴를 막지 못하면 무소득계층이 급격히 늘면서 소득불균형이 폭발적으로 진전될 것이고, 실업률은 치솟을 것이며, 이어 금융시장과 임대부동산 시장의 폭락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중소기업의 시급한 현안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원 방식을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거의 무관심했다고 혹평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2020년 1차에서부터 2021년 2차까지 총 6차례의 추경을 통해 약 117조원의 추가예산을 편성했지만 그중에서 중소상공인을 위한 지출 확대는 14조원에 불과했다. 즉, 추경을 편성한 목적이 소상공인 피해 보상이 아니라 다른 목적, 특히 전 국민에 대한 ‘위로금’ 지급에 거의 두 배에 가까운 25조원을 지원할 정도로 더 적극적이었다.
실제 피해에 비해 형편없이 부족한 14조원의 중소상공인 지원도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탁상공론적인 방법으로 지급될 예정이어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매출 8000만원인 소상공인 매출이 60% 감소한 경우 감소액은 4800만원인데 이 정도면 거의 파산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경영위기 지원금은 고작 250만원뿐이다. 그것도 1회에 불과하다. 실제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셈이다. 이런 소상공인에게 250만원을 지원한다고 해도 한 달 임대료 정도에 그칠 뿐 전혀 회생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5억 매출인 소기업의 매출이 코로나로 20% 감소한 경우 1억원의 매출 감소가 일어났는데 경영위기 지원금은 250만원을 받게 되어 있다. 지원율은 피해의 2.5%인 셈이다. 그러나 매출이 그 3배인 60%가 감소하면 피해액은 3억원이지만 지원금은 400만원에 그친다. 지원율도 1.3%에 불과하다. 2021년 2차 추경과 같은 방식으로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면 그들의 소생이나 회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장담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2020년 매출 피해만 해도 20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볼 때, 소상공인과 소기업에 대한 코로나 지원금 규모는 최소한 5배 혹은 그 이상으로 늘어나야만 한다. 이들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경영을 유지하게 되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 대출상환과 상가 임대시장 붕괴를 동시에 막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것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코로나19가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대위기라면 그에 상응하는 거시경제 대책이 나와 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여야 정치권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고 정략적이며 무책임한 면이 있다.
중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코로나 지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특히 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그동안 영세성, 자본 결핍, 생산성 취약, 정부정책 소외 등으로 경영악화가 거듭되었다. 정부가 대기업과 첨단기업 중심으로 육성정책을 펴는 동안 이들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외면당하면서 우리나라 뿌리 산업이 퇴색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소멸, 양극화 심화, 중산층 몰락 및 경제체제 불안의 근본원인으로 대두되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이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견줄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과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일자리 정책, 소득정책, 양극화 완화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기본법이나 소상공인기본법, 또는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보면 틀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육성을 위한 시책을 수립하고 창의적이고 자주적인 중소기업 성장 지원을 하며 산업구조 고도화와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법들은 멀쩡하다. 문제는 그 내용이 계획, 위원회 구성 혹은 시스템 구축과 같은 형식에 그쳐 있고 구체적이고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법 규정은 있으나 그 규정들이 살아 움직이는 법이 되지 못하고 법전 속에만 존재하는 ‘죽은’ 규정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시책의 내용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너무나 분명해진다.
이제 국가 경제 및 금융정책의 총체적 중심 역량을 중소기업의 경쟁력 육성과 중산층 회복에 두어야 한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특히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생적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여 항구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며, 사회적 약자계층을 근원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중심의 경제정책 운용체계를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바꿔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별도의 금융기관도 설립해야 한다. 경제정책의 파라다임을 바꿀 때가 되었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 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