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대전환] 공포감 키우는 ‘거리두기’…“확진자 말고 ‘치명률’로 바뀌나”

2021-08-09 05:00
코로나19 4차 대유행 장기화, '확진자→치명률' 여론 우세
방역당국, "필요성 인정하지만 시기상조"
"전 국민 백신 접종률 70% 넘어야", "먹는 약 치료제 개발도 선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확산세로 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재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거리두기 방역지침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현재의 확진자 기준이 아닌 치명률 기준으로 방역 지침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를 정복 가능한 감염병이 아닌 ‘독감(인플루엔자)’처럼 인류와 공존하는 ‘위드(With) 코로나’로 방역 기조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재의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등의 일률적이고 통제 중심의 방역지침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은 물론 나아가 대·중소기업 산업계 전반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악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예방접종·경구용 치료제·글로벌 감시시스템이 갖춰져야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며 여전히 시기 상조라는 입장이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최근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 코로나19는 일상의 감염병이 아닌 특별하게 관리하고, 동시에 무서운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며 “높은 치명률, 의료 역량 부족, 합병증과 후유증이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고위험군 치명률(사망률)이 인플루엔자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자칫 확산세가 더 커지게 되면 국내 의료 인프라 붕괴는 물론 감염 후 회복되더라도 합병증이나 후유증으로 더 큰 악재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치명률이 높은 만큼 자칫 대규모 확산으로 인해 국민 공포감이 커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영국과 미국처럼 거리두기 완화를 섣불리 감행하다가는 국민 반감을 극복할 명분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이 현재와 같은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 위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 △경구용 치료제 △글로벌 변이 감시 체계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여전히 국내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이르면 10~11월께나 집단면역 달성 시점인 전 국민 70% 접종률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는 겨우 40%를 넘은 상황이라 집단면역 달성이 급선무다.

여기에 현재 사용되는 정맥 투여 치료제 외에 효과적이고 투약이 편리한 경구용 치료제가 확보돼야 한다. 현재 미국 등에서 먹는 약 치료제 임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신약 개발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최소한 먹는 약 신약이 개발된 이후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게 방역 당국의 판단인 셈이다.
 
최악의 상황…2000명 확진자 폭증 위기 닥친다

지난 5일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들이 폭염 속에 냉조끼를 착용하고 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기세는 여전히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말인 지난 8일 신규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하면서 이번 주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8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729명으로 주말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직전 주말 최다 기록은 2주 전 토요일(발표일 기준 7월 25일 일요일) 1487명으로, 이보다 242명 더 늘었다.

방역 당국은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22일까지 2주간 연장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6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광복절 연휴가 있어 재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고, 2학기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현행 거리두기 단계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당장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가 폭증한 부산은 10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한다.

이로 인해 여름 휴가철에도 부산은 현재 개장 중인 해수욕장 모두를 이 기간 폐장한다. 부산시는 외부 관광객 유입을 차단해 풍선효과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자영업자·야권, “언제까지 소상공인 볼모 잡으려 하나” 반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왼쪽)이 지난 6일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지난달 14일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서 벌인 서울 도심 차량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김기홍 공동대표(오른쪽)의 경찰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가장 반발하는 이들은 자영업자들이다. 뒤를 이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방역당국 조치에 힐난을 쏟아내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코로나19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는 4단계 철회와 함께 거리두기 체계를 치명률·중증환자 비율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예비후보(전 제주도지사)도 지난 8일 서울 중심상권인 명동에서 정부의 방역 조치를 비판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원 후보는 1인 시위를 하는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금과 같은 거리두기는 해제하고, 일선의 목소리를 반영한 합리적이고 최소한의 거리두기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저녁 6시 이후 2인 제한은 말도 안 되는 탁상공론”이라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현재의 거리두기는 모두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 “국민 70% 접종 이후 ‘방역 대전환’ 고민”
정부도 코로나19를 독감(인플루엔자)처럼 ‘치명률 관리’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미흡하고 투약 편의성이 높은 치료제가 없다보니 아직은 ‘확진자 감소 관리’ 쪽으로 방역 중심을 둬야 한다는 판단이다.

당국이 고심하는 방역 대전환은 국민 70%의 1차 접종이 완료되는 9월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보면 이르면 10~11월께나 늦으면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당 대표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치명률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고, 그럴 단계가 곧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를 일상적 감염병으로 인정해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다”면서 “현재 코로나 극복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희망을 갖고 조금 더 인내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9월까지 국민 70% 이상에 대한 1차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11월까지 2차 접종까지 완료해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만 18~49세 1700만명에 대한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는 이달 말까지 접종률은 50%까지 올라서게 된다.

이 외에 미국 제약사 MSD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정부 역시 선구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기업 셀트리온도 투약 편의성을 높인 흡입형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 기업 9곳도 국산 백신 개발에 한창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신청한 상태로, 내년 상반기 출시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