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옵티머스 고문단 전원 무혐의

2021-08-09 00:00
대선 앞둔 정치권, 옵티머스 수사 무혐의에 "해명하라" 지적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입구[사진=연합뉴스]

'대국민 사기극'이라 불린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수사가 1년 2개월 만에 무혐의로 끝났다. 이 사건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해 용두사미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는 옵티머스 고문단으로 활동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을 지난 4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양 전 행장과 이 전 부총리 등을 불러 조사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혐의조차 발견되지 않아 입건도 되지 않았다.

검찰은 옵티머스 고문단 존재를 알려 로비 의혹을 낳은 옵티머스 내부 '하자 치유 문건'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옵티머스 고문단 의혹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정·관계 등 유력 인사를 고문단으로 두고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결국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연기할 목적으로 내용을 허위로 부풀려 작성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   

고문단 중 하나인 채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간 경기 봉현물류단지 사업의 도움을 부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이 지난해 5월 이 지사를 만나 함께 식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청탁 관련해서는 부인하고 있고, 지난 6월 경기도가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 신청을 반려 처분한 점을 들어 현재로선 더는 수사할 단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옵티머스 측에서 선거캠프 복합기 사용료를 지원받은 의혹이 제기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 전 대표 측근이자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이던 이모씨가 수사 중 숨지면서 '윗선' 수사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검찰은 이씨에게 복합기 사용료 등 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지원한 브로커 등을 기소하는 선에서 이 전 대표 수사를 마쳤다.

검찰은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의 연루 여부도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전 청와대 자치행정관비서관실 선임행정관 A씨가 옵티머스 브로커 신모씨에게서 금품을 받고 사업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도 수사했으나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는 계속 수사 중이다. 

지난해 6월부터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현재까지 연루자 31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기소 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달아난 스킨앤스킨 이모 회장은 기소중지 상태다.

1년 가까이 끌어온 로비 의혹 수사가 무위로 끝났다.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는 2018년 성지건설의 매출채권 일부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가 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듬해 남부지검은 옵티머스 경영진 중 1명과 성지건설 대표이사를 기소했으나 펀드 사기 부분은 수사하지 않았다. 때문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사건을 조기 차단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찰 출신 한 야당 국회의원은 "해외에선 이러한 맞춤형 펀드 사건이 정치권과 관련됐다고 하면 내각이 총사퇴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