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넘는 미래산업 전기차 잡아라... "정부ㆍ업계, 경쟁계 강화 총력 나서야"

2021-08-08 18:15
현대차그룹, 미국 판매 순항 속 8조 투자 단행으로 지배력 강화
LG엔솔ㆍSK이노 등 배터리업계도 미래준비 사활
미래차부품 국산화율 저조... 중견ㆍ중소 경쟁력 키워야

미국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에 불을 붙이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이상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전기차 시장의 선도 없이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전환 계획을 재검토하고, 글로벌 시장에 발맞춰 변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 시대처럼 후발자가 아닌 선도자로서 시장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다.

이미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행정 명령에 서명한 상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로 이는 되돌릴 수 없다”고 선언하며,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긴장시켰다. 미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의 모회사 스텔란티스도 이날 공동성명에서 “2030년까지 신차의 40∼50%를 전기차가 되도록 하겠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미국이 아니어도 이 같은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대세다. 앞서 유럽연합(EU)도 지난달 14일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책 패키지 ‘핏 포 55’를 제안했다. 중국도 지난해 2035년부터 일반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순수전기차 50%,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50%로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행히 국내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선도자 전략에 따라 올해를 전동화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량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는 올해 1∼7월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만 4만1813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1만111대) 313.5%나 증가한 수치다. 기아도 같은 기간 94.8% 증가한 1만9320대의 친환경차를 팔았다.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인 'G80 전동화 모델'도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출시된 G80 전동화 모델의 누적 계약 대수는 같은 달 말 2000대를 돌파했다. 정부 보조금 지원의 제한이 있는 고급 전기차로는 의미 있는 숫자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뒷받침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미국 시장에 투입한다. 이와 함께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전기차 현지 생산 등을 위해 74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의 동맹이자 글로벌 ‘톱티어’의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저마다 미래 먹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손잡고 미국에 2개의 합작사를 건립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도 지난 5월 미국에서 포드와 배터리 합작사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SDI도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이들의 성장에 뿌리가 되는 중견·중소 부품업체들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 부품 산업의 경우 국산화율이 99%에 달하지만, 미래차 부품은 국산화율이 전기차 68%, 수소차 71%,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38% 등에 그치고 있다.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쟁력마저 뒤처지는 셈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1만8900개가량으로 내연기관차(약 3만개)의 63%에 불과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산업은 핵심인 배터리만 따져도 2025년 그 시장 규모가 반도체를 뛰어넘게 된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해 지금이라도 정부와 관련 업계가 힘을 모아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사진=현대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