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전기차 팔려면? '왕훙'부터 찾아라

2021-08-07 04:00
쏟아지는 신차···선택 어려움 직면한 고객
왕훙 활용해 타깃층 공략하는 기업들

중국 전기차 왕훙 창옌. [사진=창옌 웨이보] 


중국 전기차 왕훙(網紅·인플루언서) 창옌(常巖). 지난달 티베트 고원지대 고속도로를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의 신차 모델 ID.6 SUV를 타고 주행했다. 시승감은 어땠는지, 배터리 충전은 편리한지, 추운 날씨에 배터리 성능엔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직접 체험하는 리뷰 영상과 글을 잇달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이는 창옌이 폭스바겐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진행한 것이다.  그는 지난 6월에도 중국의 또 다른 전기차업체 샤오펑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똑같이 티베트 고원지대에서 신차 모델 P7을 시승한 경험이 있다.

창옌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팔로어 수만 67만명이 넘는 전기차 분야 왕훙이다. 원래 테슬라나 일론 머스크 관련 트위터를 중국어로 번역하다가 왕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베이징에 작업실도 있어서 작가, 카메라맨, PD, 사업개발자, SNS 매니저 등 6명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쏟아지는 신차···선택 어려움 직면한 고객
최근 중국엔 창옌처럼 전기차 전문 왕훙으로 활동하는 젊은층이 적지 않다. 중국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최근 제품 마케팅을 위해 왕훙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올 들어 전기차는 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20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갑절로 증가했다. 협회는 올 한 해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240만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너도나도 중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면서 제품군도 다양해졌다. 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합작사 SGMW이 만든 4500달러짜리 저가 모델인 '훙광미니EV'부터, 4만2600달러짜리 테슬라 모델Y, 니오의 7만2000달러짜리 ES6 SUV까지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한 회사가 여러 전기차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한다. 저장 지리자동차만 해도 산하에 지허(幾何· 지오메트리), 지싱(極星·폴스타), 링크앤코, 지커(Zeekr) 등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선택의 어려움에 직면한 소비자들도 과거처럼 직접 매장을 방문해 차량을 시승하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사전 검색을 하거나, 왕훙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의존해 전기차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업들이 왕훙 마케팅을 선호하는 이유다.

중국 지리차 관계자는 "왕훙과의 협력을 통해 타깃 고객층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다"고 전했다. 
 
왕훙 활용해 타깃층 공략하는 기업들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왕훙 'EV엠마(電動Emma)'가 대표적이다. 웨이보 팔로어 수만 70만명이 넘는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졸업, 프랑스 현지 사업개발자 근무 등 경력이 화려하다. 테슬라 모델S 차주로 전기차 애호가인 그는 주로 여성 전기차 고객을 공략한다. 지난 6월엔 중국 창청자동차 전기차 브랜드 어우라에서 주최한 여성 고객을 위한 세미나도 진행했다. 
 

중국 전기차 왕훙으로 활동하는 EV엠마. [사진=EV엠마 웨이보 ]


비록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왕훙이 활동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수치는 없지만,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지난 4월 상하이모터쇼에는 셀카봉과 링라이트를 들고 활동하는 왕훙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제너럴모터스(GM) 미디어 행사 참석자 중 절반가량은 전통 매체 소속 기자가 아닌 왕훙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업체에 고용된 전기차 왕훙들은 행사 이벤트에 참석하거나 시승하는 것 외에 SNS에 글이나 영상을 게재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번다. 보통 팔로어 수에 따라 수입이 다른데, 상하이모터쇼 관련 사진 4개 올리는 데 1만 위안을 받는가 하면, 아예 자동차를 선물받거나 할인 혜택을 누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