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떼는 SK이노베이션…'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전망 엇갈려

2021-08-05 17:19
"지분 희석 보다는 배터리 성장성 부각…주가 회복세 보일 것"
"배터리 재활용 물량 불투명하고 유화학·윤할류 지분 매각 악재도"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데일리동방]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부문 분할을 발표한 뒤 주가가 연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앞서 경쟁사 LG화학도 전지사업본부(現 LG에너지솔루션)를 분할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의 단기적인 주가 하락도 예견된 흐름이다.

문제는 SK배터리(가칭) 상장 이후 주주가치 제고다. 시장 안팎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이르면 내년 'SK배터리'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제시한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이 2025년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SK배터리 상장 이후 2~3년간은 투자가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대비 2.05% 하락한 23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석유개발(E&P) 사업 부문을 각각 물적분할한다고 공시한 뒤 주가가 3.75% 빠진 데 이어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할하더라도 분할신설법인의 상장 시점은 빨라야 내년으로, 지분 희석 우려보다는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충분히 회복세가 나타나겠지만, 배터리 자회사 상장 이후엔 지주회사 성격이 더욱 강화될 SK이노베이션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것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다. 통상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보증기간은 약 10년이지만, 보증기간 내 충전·방전 성능이 7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엔 사용이 어려워져 교체 대상이 된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의 핵심 원료를 추출해 배터리 제조에 다시 사용하는 재활용 사업을 추진, 수익성과 친환경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복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인 정유사업에서 갖춰진 공정 기술을 활용,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고순도 수산화리튬 형태로 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차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일부 기업이 폐배터리에서 니켈과 망간,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기술을 상용화했지만 리튬, 그중에서도 품질이 높은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이 최초"라고 밝혔다.

당장 올해 말부터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데모 플랜트를 가동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험 가동을 거쳐 2024년 말 상업 가동에 돌입, 오는 2025년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000억원, 생산능력 6만t 규모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도 "배터리 사업 분할 이후 기존 주주들이 어떤 가치를 보고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신사업으로 예정된 BMR 사업을 필두로 배터리 소재와 차세대 배터리 분야 등에서 사업화 기회를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배터리 자회사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과 방식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자체는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들도 뛰어들었고, 아직 배터리 시장 초입단계라 폐배터리가 재활용될 정도로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라는 핵심 성장동력을 분할하고 SK종합화학(석유화학), SK루브리컨츠(윤활유) 등의 지분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높이기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