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탄소중립 시나리오 과하다…국내 산업 위축 우려”

2021-08-05 15:12
“방향성에는 공감…산업계 의견 반영돼야”

경제단체들이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시나리오 초안과 관련해 과도한 목표가 제시됐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지나치게 높은 탄소 감축 목표가 급격한 변화를 초래해 자칫 국내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이날 “‘2050 탄소중립’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기업들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업종·규모별로 기업이 맞닥뜨린 상황과 여건이 달라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정부 부처와 전문가 중심으로 논의한 결과물”이라며 “앞으로의 의견수렴·논의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또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탄소감축 기술개발에 힘쓰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도 산업 부문에 부여된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과 실현 가능성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 실장은 “초안에 따르면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산업 부문은 205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약 80%를 감축해야 한다”며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국산 제품의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계는 산업 전반의 저탄소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정부 역시 탄소중립 목표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해치지 않도록 향후 목표 수립 과정에서 경제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경련은 또 미국, 일본, 영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실현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점을 언급하며 시나리오 초안에 원전 확대를 제시하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유 실장은 “위원회가 감축 수단으로 제시한 탄소감축 기술이나 연료 전환 등의 실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전환 부문 계획에 원전 확대 방안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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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방향성에 공감의 뜻을 표하면서도 급격한 변화가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시나리오에서 제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친환경 연·원료 전환 등 기술이 2050년 안에 상용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국내 산업구조 특성상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국내 경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설정되기 위해서는 최종안 마련에 앞서 산업계 의견이 면밀하게 검토돼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날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3개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시나리오별로 205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각각 2540만t, 1870만t, 0t으로 줄이는 게 핵심이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탄소중립 실현 방향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