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거두절미] 장제원 의원님. 참 비위도 좋으십니다.
2021-08-04 10:47
“피감기관 공무원인 윤석열 검사장이 지금 국정감사의 콘텐츠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증인은 어떤 질문이든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이런 태도는 오만불손한 겁니다. 위원장님 경고해 주십시오”
장제원 의원님. 기억하십니까? 지난 2018년 10월 서울고등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하신 말씀이죠.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장모의 300억 당좌수표 부도와 잔고증명서 위조 문제를 따지던 와중이었습니다. 장모가 처벌을 피한 것에 윤석열 후보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습니다.
증거를 들이대며 하나씩 따지는 의원님에게 윤 검사장은 “아~ 이거, 국감장에서 이런 질문을..."며 빈정대거나 "국감에서 이런 질문이 적합하냐”고 딴소리를 반복하더니 마침내 “해당 검찰청에 물어보라”라고 짜증을 냅니다. 그 태도 역시 오만하기 짝이 없었죠. 감정이 잔뜩 섞인 말투하며 찡끄런 얼굴, 거만하게 뒤로 기댄 자세까지... 뭐 하나 감사를 받는 공무원의 자세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급기야 "아무리 국감이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며 소리까지 지릅니다.
장모도 부모일진데 고위 공직자의 부모가 비리의 의심을 받고 있으면 공직자는 국민 앞에서 성실하게 해명할 생각을 해야지 “그게 나와 무슨 상관하는 것이 있느냐”거나
왜 묻느냐" "너무한다"고 역정을 내는 것은 말 그대로 적반하장인게 사실입니다. 당당한 게 그럴 듯하게 보일 런지도 모르지만 점점 구린 구석이 드러나면 당당할 수 없는 게 사실인데 이분은 그럴수록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오리발이니 더욱 당혹스럽습니다.
“오만불손하다”라고 말씀하셨던가요? 그때 장 의원님의 생각에 딱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볼 때 윤 후보의 그런 태도는 오랜 검사생활로 몸에 밴 권력자의 태도와 기득권에 물든 습관, 지독한 엘리트-선민의식, 그리고 불리할 땐 뻔뻔스러운 것이 도움이 된다는 나쁜 경험이 뒤엉킨 결과물이 아닐까 싶네요. 아마 바뀌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설령 바뀐다고 해도 엄청난 외부적 충격과 내적 갈등, 장기간의 압박을 겪은 뒤어야 겨우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것도 아주 조금...
어쨌든 나는 그런 사람과 함께 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공개석상에서 정당한 질문을 하는데 모욕에 가까운 면박을 준 자를 위해 일하고 싶진 않습니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공직자의 가족관련 비리 의혹을 질문하는데 화를 내는 피감기관 직원이라니... 그거 '국회 모독죄' 아닌가요? 감옥에 처넣어 버려도 모자랄 판에 그를 위해 일하다니... 말이 됩니까?
그런데, 장제원 의원님께선 그 어려운 일을 하셨더군요.
아무튼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