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차에 숨진 의대생…대법 "전문직 소득으로 배상"
2021-08-02 10:25
"당시 A씨 성적 양호…의사직 종사 가능성 상당"
의과대에 다니던 학생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건에서 장래에 의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 따른 미래 수입을 산정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교통사고로 숨진 의대생 A씨 부모가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A씨 학업 성과 등 개인적인 경력은 물론 A씨가 전문직으로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지를 심리해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을 정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입학 때부터 좋은 성적을 유지했고, 유급이나 휴학 없이 학업을 마친 학생의 의사고시 합격률이 92% 이상이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지난 2014년 9월 A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음주 상태인 B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치여 크게 다쳤고 10여일 뒤 사망했다.
이들은 당시 의과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A씨가 장차 전공의(레지던트)·군의관을 거쳐 의사로 일하면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건의료 전문가' 남성의 월 급여를 바탕으로 손해배상 청구액을 산정했다.
1·2심은 DB손해보험 측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A씨 아버지와 어머니 측 청구액보다 훨씬 낮은 각각 2억4000만원으로 잡았다. A씨가 사망 당시 일정한 소득이 없는 학생 신분이었던 점을 들어 의사 직종이 아닌 25∼29세 남성의 전 직종 평균 수입인 월 284만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A씨 수입이 장래에 늘어날 것이라는 확실한 객관적 자료가 있으면 손해배상 산정에 참작할 수 있지만, A씨가 장차 의사로 일할 것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생존했다면 의대를 졸업해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장차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국시에 합격해 의사로서 종사할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