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섭 이스타항공 관리인 “연내 재운항 가능…성정 매수 자금 이상無”

2021-08-03 08:00

이스타항공과 성정의 인수합병(M&A)을 지켜보는 일각의 불안감에 대해 담당 관리인이 진화에 나섰다. 회생계획안 제출의 연기와 채권단과 협상 난항 등으로 당초 목표했던 연내 재운항에 대한 대내외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섭 이스타항공 관리인은 2일 “재운항 등 연내 정상화에 대한 목표와 성정의 매수 자금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회생계획안 제출은 채권 검토와 시스템 마련 등의 필요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출신인 정 관리인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월 김유상 이스타항공 부사장과 함께 이스타항공의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현재까지 이스타항공과 채권단, 성정 사이를 성공적으로 중재하며, M&A를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정 관리인은 “임직원들이 서울 마곡에 신규 사무실에 이달 6일 입주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며 “이를 기점으로 이스타항공의 정상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사를 비롯한 사무실을 대부분 정리하고, 비상경영에 들어간 바 있다. 새로운 본사 격이 될 마곡 사무실에서는 운항증명(AOC) 준비, AWS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 관리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성정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기우'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성정의 실질적 소유주인 형남순 백제컨트리클럽 겸 대국건설산업 대표이사 회장이 강조하는 것처럼 자금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미 형 회장이 유무형의 자산을 정리해 조달금을 상당 부분 마련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지난달 20일에서 다음달 20일로 2개월 늦춰달라고 서울회생법원에 신청한 이후 나온 갖은 억측을 일축한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AWS 전산 시스템을 복구해 구체적인 채권 내용 등을 살펴본 뒤 회생계획안을 작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 경쟁자였던 쌍방울의 재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봤다. 성정이 중도에 포기하거나 인수대금을 안 내지 않는 한 법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인수대금이 납입 완료되면 차순위인수예정자 지위는 자연소멸된다. 

앞서 쌍방울은 계열사 광림을 중심으로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IOK)컴퍼니 등과 함께 이스타항공 인수 컨소시엄(이하 광림)을 구성한 바 있다. 현재는 차순위 인수 협상 대상자로 명단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도 에어로케이 인수설이 불거지자 광림은 “이스타항공 외 다른 항공사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 관리인은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더 많은 참여자가 나올 수 있었으나, 일부 대기업이 앞장서면서 오히려 실제 입찰하는 기업이 적어졌다”며 “일부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이스타항공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항공기 리스사들과 채권 변제율 협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항공기 리스사들은 별도의 채권 변제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항공기 리스사들이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채무액 7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채무액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정 관리인은 "채권자에게 만족할 만한 숫자를 불러줄 수 없는 것은 관리인으로서 송구할 따름"이라며 "다만 항공기 리스사를 대상으로 협상을 따로 진행하면 다른 채권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별도의 채권 변제율은 있을 수 없는 일”고 선을 그었다.
 

형남순 성정 회장(오른쪽)과 정재섭 이스타항공 관리인이 6월 24일 이스타항공과 성정의 인수합병 투자계약 체결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