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혁명 위한 교육개혁] 취업 유리한 해외유학 늘수록 지방대 설자리 더 좁아졌다

2021-07-29 03:00
<4> 문 닫는 지방대·외국 가는 학생들
해외 유학 코로나19로 주춤…"장점은 여전"
"지방대 10%가 신입생 절반 못 채우게 될것"

'인력=국력'인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앞으로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대학이 무너지게 생겼다. 사교육과 해외유학은 여전히 성행하고, 대선 주자들은 당대 젊은 층을 대변한다며 교육개혁을 공약으로 내놓지만 사장되거나 합의 없이 추진되기 일쑤다. 이에 본지는 총 6회 기획을 통해 교육개혁의 참의미를 찾아본다. <편집자 주>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도 많지만,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제1외국어로 배운다. 유아기 때 놀이책 등에서 영어를 접하고 더 자라면 영어 유치원을 다니기도 한다. 영어권 국가로 조기유학을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지 적응이나 국가적 혜택 등 유불리 문제를 감수하고도 유학이 더 가치 있다고 본 셈이다.

대학(원)생도 해외 대학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말처럼 국내 지방대 일부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사라지는 것과 대비된다. 단순히 가방끈이 긴 것만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대학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별·나이 불문 해외 유학···코로나19가 변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기유학, 단점도 있겠지만 부딪쳐보려고 합니다.", "30대 중반 여자인데 해외 대학 석사 도전해도 될까요?"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각자의 이유로 해외 유학을 꿈꾸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는 영어 습득에 더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또 대학생 이상 성인들은 어학 연수, 취업 스펙과 학위 취득에서 유학에 매력을 느낀다.

실제 고등교육기관 대상 해외 유학생 수는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20만명을 웃돌았다. 가장 많았던 해는 26만명(2011년)을 찍었다. 다만,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에는 19만명대로 떨어졌다.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미국(27%), 중국(24%)이었다. 일본은 9%대지만, 전년 보다 약 1300명 늘어났다.

교육부는 "해당 국가 재외공관을 통해 관할 국가 한국인 유학생을 조사한 수치"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 자료 제출이 제한돼 실제 인원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학 만족도는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결과가 좋으면 좋은 사례로 남는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아버지 직장 문제로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해외에서 다시 1학년부터 시작해 공부를 마쳤다"며 "본의 아니게 유학을 간 셈이지만, 한국 돌아와서 외국계 기업부터 시작해 커리어를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학 당시 어렵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교육계 종사자는 "성공적인 대입이란 표현은 취업까지 연계돼야 쓸 수 있다"며 "대학 네임밸류도 중요하지만 해외 유학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걸 경험자들도 알기에 채용을 할 때 동문의 개념보다는 노력 부분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연봉도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대 신입생 미충원율, 수도권보다 2배 많아
 

한 대학 빈 강의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방대는 더 분발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이상 지방대 위기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입생 충원율 수치는 여과 없이 지방대 위기를 느끼게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대학 충원율은 2010년 이후 97~98%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올해 91.2%로 떨어졌다. 특히 지방대에서 미충원 인원이 많았다. 수도권 미충원율은 5.3%였지만, 지방은 10.8%로 2배나 차이났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4년제 충원율은 99.2%로 100%에 육박했다. 반면, 비수도권 4년제(92.2%), 수도권 전문대(86.6%), 비수도권 전문대(82.7%)는 충원율이 낮았다.

현 대입 정원이 유지된다면 오는 2024년부터 지방대 10개교 중 1개교는 신입생을 절반도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이는 곧 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교육·연구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지 못해 한계대학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그리게 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4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정책과 사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기존 법률을 보완하고 '국립대학법' 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정부는 '한계대학 퇴출'을 선언하고, 지방대 혁신을 유도해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해 규제 혁신과 재정지원 확충 등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으로 집중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지방대를 평가하고, 지역 발전에 끼치는 영향이나 어려움을 평가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