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이·이 갈등 불러온 ‘백제발언’, 진짜 지역감정 조장했나
2021-07-28 00:00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백제발언’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각 캠프에서는 상대 측에서 취지를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①백제발언, 무엇이 문제가 됐나?
사건의 발단은 이재명 지사가 한 언론에 인터뷰를 하면서 시작됐다. 중앙일보는 지난 23일 이 지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대담형식으로 내보내며 해당 발언을 실었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다음날인 24일 "'민주당이 이기는 게 중요한데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 후보는 안 된다. 확장력이 있는 내가 후보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것이냐“라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 투표까지 꺼내들며 네거티브에 직접 나서던 이재명 후보에게 민주당의 가치는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구 민란' 발언에 대해 '지역주의에 편승해 이득을 취하려는 구태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했던 비판은 이 후보의 진심이 아니냐”며 “아무리 경선승리가 중요하더라도 이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직접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던 의도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녹음파일에서 이 지사는 “이낙연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경기도에 오셨을 때 제가 진심으로 '잘 준비하셔서 대선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때는 지지율이 고르게 잘 나올 때”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성공했는 데 절반의 성공이다. 충청과 손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당시 보니 이낙연 대표는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었고, 이분이 나가면 이길 수 있겠다. 이긴다면 이건 역사다”라며 “‘내가 이기는 것보다 이분이 이기는 게 낫다’ 이렇게 실제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③지역감정으로 봐야 할까?
이 지사 측은 지역감정을 조장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전체 육성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지사는 지역감정을 조장하기보다 이 전 대표를 평가하면서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말이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역감정이 포함됐다는 이 전 대표 측의 지적도 일리가 있을 순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뿐만 아니라 당내에도 여러 분, 또 다른 당에 소속된 정치인들도 똑같이 비판했는데, (이 지사 측은) 왜 저만 잘못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상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우선 백제를, 전국을, 이런 식의 접근은 상식적인 반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 확장력을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주장에도 모순은 있다.
이재명 캠프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후보도 2016년에 같은 취지의 덕담을 한 것을 정말 어렵게 찾았다”며 이 전 대표가 2016년 4월 농협중앙회장을 만난 후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을 공유했다.
이 전 대표의 글에는 “호남 사람이 전국 조직의 중앙회장으로 선출되기는 몹시 어렵다”며 “호남인들께 기쁨과 희망을 주셨다”고 적혀 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의 이 발언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것을 이야기한 덕담이기 때문에 나는 어떠한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는다”라며 “그 격려와 성원의 마음을 알기에 2016년 이 후보의 발언을 널리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발언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주의의 망령’을 불러일으켜서라도 선거에서 작은 이득을 보려고 하는 '얄팍한 선거전략'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무덤으로 들어가던 ‘지역주의’를 다시 살려서 민주당 경선을 혼탁하게 하고, 내 작은 이익을 위해 민주당의 큰 손실을 외면하는 것은 절대 민주당의 정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