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美中 반도체전쟁 떨지말고, '삼성전자 셋'만 키워라
2021-07-25 21:13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반도체기술전쟁이 벌어졌다. 반도체 기술에서 세계최강인 미국은 반도체동맹으로 중국을 좌초시키는 전략을 세워 전세계 반도체기업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공급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세계 최대 반도체소비시장인 중국은 직접 대응은 않고 관망하는 중이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미국 국적 기업의 반도체 판매는 47%지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12%에 불과하다. 반도체기술은 미국이 최강이지만 생산은 73%가 아시아에서 이루어진다. 미국, 중국에 대해 반도체봉쇄를 하려면 아시아국가들과 동맹이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은 첨단 반도체생산시설이 없는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지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고, 중국에 반도체 공급은 물론이고 중국에서 반도체생산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를 어기면 반도체 기술제재를 통해 불이익을 줄 태세다. 그렇다고 세계반도체시장의 63%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한국반도체산업, 미국 기술의 덫과 중국 시장의 덫에 걸렸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한국반도체의 대미진출확대, 대중국 퇴출이 답일까? 둘 다 아니다. 미국시장이 매력적이면 미국의 인텔, 마이크론 같은 반도체회사들은 왜 미국에 공장 안 짓고 아시아와 중국에 공장을 지었을까. 거기에 답이 있다.
반도체 미국투자 확대가 반드시 정답이 아닌 세가지 이유
반도체산업에서 미국 정치인들의 정치논리로 급조한 리쇼어링 정책에 맞장구 쳐 미국에 공장 확대하는 전략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그리고 자국기업 대신 외국기업에 대해 강제로 팔 비틀어 공장을 짓게 하는 미국의 전략도 정상은 아니다.
정말 그렇게 매력적이면 오히려 외국기업 진입을 막고 미국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미국 시장, 공장투자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 정치가 만든 덫일 수 있다. 미국반도체공장 투자확대가 문제인 것은 첫째, 공장을 미국에 짓더라도 소비는 63%가 아시아다. 경제상식으로 시장 가까운 곳에 공장 짓는 것이지 기술 있는 곳에 짓는 것은 공장이 아니라 연구소가 답이다. 미국에 대규모 공장 짓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맞는 논리가 아니다.
둘째, 투자규모다. 제품당 2000여개 미세공정이 필요한 제조상의 난점으로 라인당 투자비가 급증하고 있다. 5nm-3nm공장 하나 짓는데 150-250억 달러가 들어가는데 이런 투자규모를 감당할 기업이 많지 않다. 매출액이 이를 초과하는 기업은 인텔, 삼성, TSMC 단 3개 외에는 없다. 투자하고 싶어도 다른 기업은 투자여력이 없다.
셋째 미국에 지금까지 발표한 대로 TSMC가 3년간 1280억 달러, 인텔이 300억 달러, 삼성이 170억 달러 투자하면 반도체시장은 공급과잉으로 가격폭락 위험이 존재하고 주가폭락 위험이 상존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반도체공장을 빼고 투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넘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중국에서 진짜 경쟁력 있는 품목은 반도체 하나 빼고는 없다. 반도체 빼고는 투자가 아니라 중국에서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오판하면 그런 소리 할 수 있다. 반도체의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배터리, 전기차에서 이젠 중국이 세계 1위인데 이를 착각해 한국이 투자 안 하면 중국이 큰일날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건 이미 사드 이전, 코로나 이전의 흘러간 얘기다.
세계 최대 반도체시장인 중국을 공략하는 데 현지에 공장이 있는 회사하고 없는 회사 누가 경쟁력이 있을까? 중국시장을 포기한다면 공장 빼도 되지만 중국을 포기하면 시장의 60%룰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인텔, 마이크론, TSMC도 모두 중국 들어가 있고 공장 돌리고 있는데 한국만 공장 뺀다면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 TSMC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 6개 짓는다면서도 중국 난징공장을 증설하겠다는데 TSMC는 바보일까?
일류 기업들에 어설프게 훈수하지 말고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정치논리에 말려 경제와 기술을 보면 오판 가능성이 높다. 4년-5년마다 바뀌는 정치논리에 맞장구 치면 안된다. 첨단기술의 대중 대미 투자 확대여부는 어설픈 반도체 문외한들의 훈수나 표심에 목숨 건 정치인들의 훈수대로 가면 망한다.
기업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한국의 반도체기업을 물로 보면 안 된다. 한국 반도체기업들 세계 반도체산업의 2-3위를 달리는 최고 수준의 정보력과 판단력이 있는 기업이다. 이런 일류기업의 판단을 싹 무시하고 3류전문가와 4류정치가 떠드는 대로 액션 하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정말 중국의 기술탈취와 추적이 두렵다면 기업이 먼저 공장 빼고 기술 뺀다. 그리고 중국에 공장 짓는다고 기술 유출되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한다. 하이닉스가 2006년부터 우시공장에서 DRAM을 생산했고 삼성전자가 2014년부터 시안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제품을 생산했지만 중국은 아직 DRAM과 낸드플래시를 제대로 생산하고 있지 못하다.
연구개발은 한국에서 하는 것이고 제조공정의 핵심공정은 한국인 엔지니어만 출입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런 방식은 공장을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디에 짓든 간에 적용될 수밖에 없고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삼성과 하이닉스가 현지공장을 지을 리가 없다.
역설적으로 미국과 대만이 추가로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미 진출한 한국기업은 기술 유출의 문제만 없다면 오히려 중국시장을 독식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미국과 대만이 기술봉쇄를 하는 마당에 한국이 반도체기술의 유일한 해방구인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기업을 협박해 기술을 탈취할 수 있을까?
오히려 한국은 미국과 대만의 손절에 꽃놀이 패를 쥔 것이다. 중국은 모든 반도체분야에서 3-4단계 기술이 뒤졌다. 어차피 시간이 문제지 중국이 쫓아올 레거시 기술제품은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답이고, 첨단기술은 미국은 물론이고 대만도 쫓아오지 못할 절대기술격차를 만들어 가면 대중투자확대, 생산확대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한국, 미국이 주도하는 “차도살인(借刀杀人)의 계(計)”에서 살수(杀手)의 역할 하면 다친다. 세계 최정상의 기업들에게 아마추어들이 어설프게 훈수 들려고 하지 말고 미국도 중국도 건드리지 못하는 기술의 경지로 오를 수 있게 “부전승(不戰勝)의 계(計)”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게끔 산업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어 주면 된다.
한국경제의 미래, 이런저런 소리 필요 없다. 반도체 외에 배터리, 바이오산업에서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기업 3개만 더 키우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두렵지 않다. 그걸 해내는 것이 전략이고 유능한 리더다. 그런 혜안과 비전을 가진 리더를 구하지 못하면 미·중의 전쟁 속에서 한국의 미래는 갑갑해질 수밖에 없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