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자연농원’ 추억 돋는 ‘에버랜드’, 45년째 사랑받는 원조 테마파크

2021-07-25 06:00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중 아마도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는 어슴푸레 '자연농원'을 기억할 것 같다. 1997~2001년 태생인 Z세대는 해당 사항이 없다. 그때는 이미 '에버랜드'로 개명을 했으니 말이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국내 최초 테마파크 에버랜드의 올해 나이는 45살이다. 1976년 4월 17일 '용인 자연농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현재의 에버랜드는 국내 테마파크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전국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테마파크 브랜드의 효시인 셈이다.
 

 

 

자연농원 로고 및 현재 에버랜드 로고(위)와 1976년 자연농원 개장 당시 전경(아래). [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1970년대 '국토 개발의 시범장'으로 탄생...'자연농원' 역할에 충실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테마파크지만, 처음 조성 당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국토의 60%가 넘는 척박한 산야를 개발해 숲을 조성하고, 생산적인 자원의 공급원으로 만들자는 '국토 개발의 시범사업장'으로 자연농원을 만들었다.

'헐벗은 국토를 푸른 숲으로 가꿔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신념에 따라, 1968년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이래 묘목 육성을 통한 조림사업, 퇴비 공급원으로 양돈사업, 패밀리랜드(현 에버랜드) 조성사업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졌다. 면적 1500만㎡(약 450만평)의 땅 대부분이 밤나무·복숭아나무 등을 심은 과수원이었고 사자·사슴·멧돼지 등 동물 200여종이 농원에서 살았다.

유실수 개량을 통한 숲 조성과 종돈·영농기술의 보급 등을 통해 개장 원년인 1976년 돼지고기 780t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1979년에는 쿠웨이트로 살구 넥타 4000상자를 수출하기도 했다. 테마파크라는 현재의 역할보다 조성 초기에는 말 그대로 '자연농원' 역할에 충실했다.

에버랜드의 현재 모습과 가장 유사했던 '패밀리랜드'는 어린이들이 자연을 배우면서 자연 속에서 꿈과 낭만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조성됐다. 동물원, 식물원, 어린이놀이터로 구성됐는데 당시 마땅한 여가시설이 없었던 터라, 패밀리랜드에 설치된 제트열차·데이트컵·요술집 등 놀이기구를 체험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자연농원 개장 당시 사파리월드 내 사파리 버스. [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특히 동물원 내 '사파리월드'는 1976년 개장 당시부터 함께해온 국내 및 아시아 최초의 사파리로, 지금처럼 버스를 타고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맹수를 관찰하는 형태로 시작했다.

동물들을 우리 밖에서 단순 관람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국민에게 버스를 타고 사파리 속으로 직접 들어가 맹수를 가까이서 관찰해보는 건 충격적인 경험이라 입소문이 자자했다. 그 덕에 개장 첫해부터 지금까지 약 8400만명이 이용, 단일 시설로 최다 관람객이 탑승한 에버랜드 최고 인기 시설로 자리 잡았다.

개장 초기부터 있었던 호랑이 콘셉트의 사파리 버스는 올봄 마지막 운행을 마쳤다. 대신 지난 5월부터 기존 사파리 버스를 대신해 맹수를 더 가까이 관람할 수 있게 관람 창 전체가 통창으로 된 트램을 운영하고 있다.
 

1982년부터 2010년까지 운영한 우주관람차. [사진=에버랜드 유튜브 화면 갈무리]


◆1980년대 들어 본격적인 '레저 문화의 장'으로 변신

에버랜드가 본격적인 레저 문화의 장으로 변신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1981년 후룸라이드를 시작으로 우주관람차(1982), 바이킹(1983), 비룡열차(1986)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국내 최초로 잇달아 선보였다.

소득수준이 증가한 1990년대에는 어트랙션 개발에 주력해 독수리 요새(1992), 아마존 익스프레스(1994) 등 인기 기종을 오픈했다. 보트를 타고 580m 길이의 급류를 탈 수 있는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현재까지 6000만명 이상이 탑승한 최고 인기 놀이기구 중 하나다.
 

1997년 장미원 풍경. [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1976년 자연농원 개장과 동시에 조성된 장미원은 122종, 3500그루를 심어 프러포즈 명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장미원은 이후 1985년 6월 국내 봄꽃 축제의 효시인 ‘장미축제’로 확장해, 꽃을 매개로 한 여가 문화의 물꼬를 텄다. 단순히 꽃은 감상용이라는 선입견을 넘어 꽃을 음악, 공연 등과 함께 흥겨운 축제 공간으로 의미를 확대했고 ‘야간 개장’을 시작해 화제를 모았다. 장미축제에 이어 튤립축제(1992), 국화축제(1993), 백합축제(1994)도 잇달아 개최해 꽃 축제의 명소로 이름을 드높였다.
 

에버랜드 눈썰매장 레이싱 코스. 눈썰매장 뒤로 국내 최초의 나무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가 보인다. [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1988년 1월 선보인 ‘눈썰매장’도 에버랜드가 국내에 처음 들여온 새로운 레저 문화시설이다. 마땅한 겨울철 야외 놀이 문화가 없던 당시, 온 가족이 함께 저렴한 비용으로 스키에 버금가는 겨울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곳 눈썰매장에서만 탈 수 있는 리프트도 인기 만점이었다.

◆1996년 에버랜드로 개명…'캐리비안 베이' 첫선, 'T익스프레스' '판다월드' 인기 만점

개장 20주년을 맞이한 1996년은 에버랜드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해다. 기존 자연농원에서 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꾼 것도 새로운 시도였는데, 그해 6월 국내 최초의 워터파크인 '캐리비안 베이'를 오픈한 것이다.

물놀이라고는 해변이나 계곡, 수영장에서 하는 것이 전부이던 사람들에게 집채만 한 인공 파도 풀과 해수욕장과 꼭 닮은 인공 해변, 서핑 라이드 등 파격적인 대형 물놀이 시설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름철 꼭 한 번 가봐야 할 '핫 플레이스'로 화제를 모은 캐리비안 베이를 벤치마킹한 워터파크들이 잇달아 생겨났다. 이제는 여름철이면 바다, 계곡 등과 함께 워터파크를 즐기는 문화를 완전히 자리 잡게 한 기폭제가 된 것이다.

 

국내 최초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 [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2008년 도입한 ‘T익스프레스’도 에버랜드가 자랑하는 핵심 시설이다. 300억원이 넘게 투입된 가장 비싼 놀이기구이자 국내 최초의 나무로 된 롤러코스터다. 시속 104㎞ 속도로 77도 각도의 내리막을 질주하는데, 정신을 쏙 빼놓는 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코로나19 상황인 요즘도 매일 한 시간 넘게 대기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륙양용차를 타고 체험하는 생태형 사파리 '로스트밸리'도 2013년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에버랜드 고객들이 반드시 찾는 대표 시설이다. 
 

지난해 7월 20일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국내 최초 아기 판다 푸바오가 어미 아이바오와 함께 판다월드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최근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장 사랑받는 장소는 2016년 4월 오픈한 '판다월드'다. 세계적 희귀동물인 판다 한 쌍(수컷 러바오·암컷 아이바오)과 그 사이에서 지난해 7월 태어난 국내 최초 아기 판다 '푸바오'(암컷)를 유일하게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일 첫돌을 맞은 푸바오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진행한 돌잔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몸길이 16.5cm, 몸무게 197g으로 조그맣게 태어난 푸바오는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400배 커져 현재 약 40㎏이다. 이날 돌잔치에는 돌잡이 상도 차려졌는데, 푸바오는 당근과 대나무, 사과, 워토우(판다들이 먹는 빵) 중에서 '행복'을 상징하는 워토우를 집었다.

◆45년간 2억5700만여명 방문, 하루 단 2명 방문한 '반전 흑역사'도

1976년 개장 당시 연간 88만명이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4월 현재까지 총 2억5700만여명이 에버랜드를 방문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국민이 평균 5회 이상 방문한 셈이다.

지난 45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에버랜드를 찾았지만, 하루 단 2명이 방문한 '반전 흑역사'도 있다. 자연농원으로 개장한 이듬해인 1977년 1월 20일, 영하 14도의 한파가 닥쳐 놀이공원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직원들도 궂은 날씨에 손님이 없을 것이라 예상해 개장은커녕 조기 마감을 고려하던 차에 해맑은 표정의 노부부가 입구로 들어섰다.

강원도 속초에서 온 노부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이 자연농원"이란 소문을 듣고, 새벽부터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어렵게 용인까지 온 것. 추위를 뚫고 먼 길을 찾은 노부부를 돌려보낼 수 없었던 직원들은 정문을 활짝 열고 이들을 반겼다. 추운 날씨로 인해 놀이기구는 가동할 수 없었지만, 노부부는 눈이 하얗게 내려 설국 같은 공원 곳곳을 천천히 구경하며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45년 역사상 입장객이 가장 적었던 날이라 흑역사 아닌 흑역사지만, 직원들로선 가장 보람 있고 감동적인 날로 기억된다"라고 전했다.
 

현재 에버랜드 전경. [사진=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