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라운지] 성난 코인민심에도 쓴소리 이어가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2021-07-24 08:02
“어른들이 알려줘야” 은성수의 난에 코인민심 폭발
옛 재무부 출신 국제금융 전문가
옛 재무부 출신 국제금융 전문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
어른을 자처한 그의 발언은 코인민심에 불을 지폈다. 그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지난달 서면 답변을 통해 “청년의 목소리가 무겁게 다가온다”며 피해 예방 방안 및 제도 보완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코인민심의 분노는 현재진행형이다.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강경기조 역시 꺾이지 않고 있다.
◆“어른들이 알려줘야” 은성수의 난에 코인민심 폭발
은 위원장이 2030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은 각인시킨 것은 국회 정무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하면서부터다.
그는 또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하며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에서 저희는 조금 달리 생각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세 대상은 기획재정부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으로) 법을 만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호화폐 투자 위험성에 대해서는 줄곧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당시 은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저희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로 취급 업소 등록을 받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가 없다”며 “등록이 안 되면 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하는 분들도 본인이 거래하는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가 금융시장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이날 “하루 거래대금이 17조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일관되게 말씀드리는 것은 이건 가상자산이라는 것이고 (금융시장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언이 알려지면서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사회생활을 하며 여태까지 어른에게 배운 것을 한번 생각해 봤다"며 "제가 4050의 인생 선배들에게 배운 것은 바로 내로남불”이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 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해 왔다”며 “그들은 쉽사리 돈을 불렸지만, 이제는 투기라며 2030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들을 쏟아낸다. 덕분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하나 가질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원장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많이 불리셨던데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냐”며 “국민의 생존이 달려 있는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괜찮고 코인은 투기로 부적절한 것이냐”고 물었다.
청원인이 거론한 은 위원장의 부동산 자산은 지난 2019년 인사청문회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은 위원장은 그해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종석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실거주하지 않는 두 채의 보유 주택과 관련해 지적하자 “잘 처신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현 정부는 사는 집이 아니면 다 팔라고 하고 있지만 후보자는 실거주하지 않는 집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두 채 이상 보유는 투기라는 현 정부의 말에 동의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은 위원장은 “동의 여부를 떠나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전엔 민간인 신분이었고 (금융위원장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의 사정을 봐서 잘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은 위원장의 강경 발언은 계속됐다.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거래소 검증에 대한 은행권의 면책 요구와 관련해 지난 1일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우리나라 당국이 면책한다고 해도 미국 금융당국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괜찮겠느냐. 글로벌한 생각이 없고 자금세탁에 무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옛 재무부 출신 국제금융 전문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할 당시 은 위원장은 한국수출입은행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금융권은 그를 ‘모피아’ 출신의 국제금융 전문가로 평가했다.
은 위원장은 1961년 전북 군산 출신으로 군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행정고시 27회 합격 후 1984년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에 입문했다. 온 나라가 풍비박산이 났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진 1997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사무관과 주무서기관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에는 1998년 6월 대통령비서실에서 경제구조조정기획단 금융담당과장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3월~2006년 11월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재부 국제금융국장, 국제금융정책국장을,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이후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을 역임한 후 세계은행그룹 상임이사를 거쳐, 2016년 11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9월부터 수출입은행장을 맡아오다가 금융위원장에 임명됐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은 위원장에 대해 “기재부에서 경제금융 분야 중요 직위를 담당해온 전문 관료 출신으로서 탁월한 정책 기획력과 강한 추진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산업 구조조정 등 굵직한 정책현안을 해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