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 키워라" 신동빈 특명…롯데 '새로고침' 드라이브

2021-07-25 07:00
친근한 이미지 보다 미래·혁신 이미지 부각
"조직 혁신" 주문 따라 계열사 움직임도 활발

롯데그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특명' 아래 조직을 싹 바꾸고 대대적인 그룹 브랜드 이미지 강화 작업에 착수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지주에 브랜드경영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주요 계열사 인력이 합류했고, 외부 전문가도 영입한다. 사업부문(BU)과 계열사 브랜드 전략 책임자들이 모인 브랜드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브랜드경영 TF는 그룹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슬로건과 심벌을 제작하는 브랜드 마케팅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특히, 소비자들과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롯데자이언츠, 롯데골프단 등을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젊은세대까지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각종 신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TF의 첫 결과물은 롯데의 새 슬로건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New Today, Better Tomorrow)'다. 이 슬로건은 지난 1일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회의)에서 공개됐다.

기존 슬로건인 '함께 가는 친구'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의 일상에 가깝게 다가가는 친근한 기업의 면모를 강조했지만, 새 슬로건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모두에게 이로운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형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신동빈 회장 "브랜드 강화" 주문 이유는

롯데는 지난 4월 2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스카이31 컨퍼런스A홀에서 그룹 브랜드 가치 상승에 기여한 팀을 선정하는 ‘2021 롯데 어워즈’ 시상식을 진행했다. 사진은 대상 시상식 후 기념촬영 모습. 왼쪽부터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 회장, 박원 롯데칠성음료 생수지원팀 매니저.[사진=롯데지주 제공]

롯데가 브랜드 경영에 힘을 싣는 이유는 전 세계 34곳에 진출해 한 해에 약 80조 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글로벌 기업이자 국내 재계 5위 기업인 데도 '롯데'라는 브랜드 파워가 다소 약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롯데는 사업의 모태인 식음료에 이미지가 국한되고, 반일 감정 고조 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과도하게 부각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영국 브랜드 컨설팅 전문 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500대 브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대(삼성·현대차·SK·LG·롯데) 그룹 가운데 롯데만 브랜드 가치가 5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 회장은 올해 잇따라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브랜드 경영에 힘을 싣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외부 브랜드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롯데의 브랜드 전략에 관한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전담 조직 신설과 함께 본격적인 브랜드 경영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이다.

신 회장은 상반기 VCM에서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사례를 들며 "각 회사에 맞는 명확한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하반기 VCM에서도 계열사 CEO들에게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브랜드 투자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브랜드 강화 일환으로 지난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스카이31 컨퍼런스A홀에서 열린 첫 '롯데 어워즈' 시상식에 직접 나서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롯데는 그동안 영업, 마케팅 등 직무별로 진행했던 개별 시상식을 통합해 롯데 어워즈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 상은 탁월한 경영성과를 창출해 롯데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 사례에 수여한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디디고 묵묵히 걸어온 여러분의 여정을 지켜봤다"며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과 동료를 믿고 치열하게 도전한 끝에, 새로운 변화를 일궈낸 여러분이 롯데의 자긍심이고 희망"이라고 격려했다.
"조직 문화 혁신"도 주문…계열사 조직 점검

롯데홈쇼핑은 MZ세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내 공모전 '게임 체인저 오디션'을 진행하고, 신사업 전략에 반영하는 등 혁신 경영에 나섰다.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신 회장이 올해 강조한 또 하나의 주문은 조직 문화 혁신이다. 신 회장은 VCM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핵심인재 확보와 육성은 최고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서 "핵심 인재가 오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의 주문처럼 롯데 계열사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어 창의적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조직 문화 혁신의 선봉장에는 '롯데온'이 자리한다. 지난 4월 취임한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대표 부사장)은 이커머스 역량 강화를 위해 온라인 조직 개편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당초 온라인 통합 플랫폼인 롯데온을 이커머스 부문 직원과 백화점·마트·슈퍼 등 각 부문별 이커머스 담당 직원이 함께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조직 융합과 디지털 전환 등 혁신 작업에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나 대표는 각 부문별 이커머스 담당 직원을 모두 이커머스 부문으로 편입시키는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직원들에게 소속 전환 동의 여부를 묻고, 상응하는 보상책을 제시한 상황이다. 

나 대표는 취임 직후 "우리의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도 디지털방식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면서 "DT에 방해가 되는 기존의 오프라인 관점의 제도와 프로세스, 문화를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도 하반기 내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다. 영업 카테고리 인력을 이동해 모바일 부문을 강화한다. 라이브 커머스 등 모바일 콘텐츠 강화를 통해 MZ세대 소비층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신사업 전략에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MZ세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내 공모전 '게임 체인저 오디션'을 진행했다. 사원부터 책임(과장)급 이하 주니어 직원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 △매출 활성화 △업무 개선 등 각 주제별로 아이디어를 제안 받았다.

지난 4월 약 40여 팀이 지원해, 사전 심사, 아이디어 고도화, 제안서 발표를 거쳐 총 5팀이 최종 선발됐다. 객관적인 심사를 위해 임직원을 비롯해 롯데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롯데벤처스 소속 전문가들의 다면평가를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결과물에 따라 전문 조직을 구성하거나 유관 부서들과 연계해 해당 아이디어들을 사업화할 예정이다.

전호진 롯데홈쇼핑 기획부문장은 "MZ세대는 전체 인구의 34%, 국내 주요 기업 임직원의 60% 수준으로 사회, 경제적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맞는 조직문화, 경영전략을 펼치는 것이 회사 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번 공모전을 기획하게 됐으며, 향후에도 MZ세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 전략에 적극 반영해 혁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