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더마화장품' 시장 커지는데…국내업계는 中공략 '제자리'
2021-07-22 10:53
코로나19 이후 중국서 부는 '더마' 바람…5조원대 시장 눈앞
국내 뷰티ㆍ제약업계, 기술적 접근 아닌 화장품 감성 키워야
국내 뷰티ㆍ제약업계, 기술적 접근 아닌 화장품 감성 키워야
더마화장품이란 기능성 화장품을 의미한다. 초기에는 피부과 시술 후 관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화장품을 의미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치료뿐 아니라 피부관리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지난해 중국 더마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39억 달러(4조5000억원)로 추산된다. 2015년부터 연 평균 성장률 14%를 기록, 전체 화장품 성장 속도 대비 월등히 빠르다. 특히 코로나19로 경기 침체에 빠진 지난해에도 20%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내 더마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마스크 착용으로 증가한 피부 트러블 때문이다. 중국 제일재경상업데이터센터(CBN Data)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64%의 소비자가 마스크 착용 이후 알레르기, 여드름, 건조, 안면 홍조 등 피부 트러블을 경험했으며, 피부 관리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피부 트러블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을 원하는 수요가 커졌고, 이같은 수요가 중국 내 주요 도시 젊은 층들의 비용 지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무래도 젊은 층이 디지털에 익숙하며 화장품 성분, 기능에 대한 다양한 정보 분석도 수월하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더마화장품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규모도 크지만 아직도 잠재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더마화장품 인당 구매액은 2020년 기준 2달러에 불과하다. 스킨케어 28달러, 색조 6달러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미국 소비자의 더마화장품 인당구매액은 11달러이며, 한국은 6달러, 프랑스는 무려 25달러에 이른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도 더마화장품 시장의 외형 확장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이커머스 비중은 30%에 도달했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38%까지 커졌다.
유안타증권은 중국 더마화장품 시장이 향후 5년간 3배 가까이 성장해 2025년에는 105억 달러(12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이한 점은 대다수 더마화장품 시장은 미국과 유럽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는데, 중국의 경우 로컬브랜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점유율 1~20위 중에 중국 브랜드가 무려 5개나 포함돼 있으며, 국내 브랜드로는 LG생활건강이 유일하다.
중국 브랜드들은 자국 브랜드라는 큰 이점과 함께 네이처 등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식으로 R&D 역량을 쌓았다. 또 중국의사협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의학적으로 기능성을 검증받은 브랜드로 포지셔닝했으며 온라인 위주 판매정책, 다양한 가격 전략 등으로 중국 소비자 공략에 성공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의미있는 점유율을 기록한 LG생활건강은 2014년 피부과 화장품 CNP 코스메틱을 인수하면서 더마화장품 시장에 진입했다. 2017년 태극제약 지분 80%를 인수하며 피부 외용제 기술 역량을 확충했으며,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사업권을 인수, 더마화장품 라인업을 두루 갖췄다.
한편 국내에서는 화장품회사뿐 아니라 동국제약, 동아제약, 대웅제약, 동화약품, 셀트리온, 휴온스 등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까지 자사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강화한 더마화장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린 브랜드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나마 동국제약의 더마화장품 센텔리안24 정도가 홈쇼핑 등을 통해 성공을 거둔 편이다. 동국제약은 기세를 몰아 지난해 4분기부터는 중국 위생허가 절차를 완료하고, T-Mall 등 현지 온라인 플랫폼 판매 채널과 오프라인 유통 거래선을 확보하며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는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도 시작해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을 점차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제약도 더마화장품 파티온의 중국 위생허가를 비롯해 해외 주요 인증을 확보했다. 회사는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활동들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더마화장품들이 중국을 비롯해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과 비제약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더마화장품 사업에 진출할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기술적 우위도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제약회사 감성을 버리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장품 감성을 체득하지 못하면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