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나와 고생길 걷던 스타트업, '이것' 덕에 꽃길로
2021-07-23 07:00
바이오 스타트업 원드롭의 이주원 대표(47)는 22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가 회사 사업 방향을 뒤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이처럼 말했다. 원드롭은 지난해 초 기존 사업 모델인 혈액암 진단 키트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로 생산을 전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원드롭의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현재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되며 이름을 떨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이 대표의 삶은 탄탄대로였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학사, 서울대 석사를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수석을 역임하면서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통해 스마트폰을 의료기기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 프로젝트가 원드롭의 모태다.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성과 사업성을 확인한 이 대표는 C랩에서 스핀오프(분사)해 2017년 9월 원드롭을 창업했다. 하지만 새 출발을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 대표는 “창업 직후 인·허가를 따내거나 사전 거래처를 확보하며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전부 무산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암 진단에 활용되는 분자 진단 기술을 적용한 원드롭의 코로나19 키트는 고민감도를 자랑한다. 덕분에 원드롭은 지난해 세계 50여 개국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수출해 6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국내 최초로 캐나다 보건 당국으로부터 코로나19 진단 키트 긴급사용허가(EUA)를 받았고, 국내에서 여섯 번째로 미국 식약청(FDA)의 EUA도 획득했다. 설립 5년 차 스타트업이 코로나19 방역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세계에서 주목받는 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이는 정부 지원이 한몫했다. 중국 BGI는 지난해 초 계약 당시 원드롭에 더 높은 성능의 키트를 요구했고, 원드롭은 계약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기술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이때 중소벤처기업부의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이 든든한 뒷배가 됐다.
중기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이 운영하는 이 사업은 수요처가 구매를 전제로 중소기업에 제품 기술 개발을 제안할 경우 중기부가 개발 자금을 지원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은 사전에 판로를 확보해 경영 안정을 도모함과 동시에 기술력 향상에 집중할 수 있다. 원드롭은 이 사업에 선정돼 2억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수요처인 BGI의 요구 조건에 맞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해당 사업 덕분에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고, 그 결과 1년 만에 제품 고도화가 가능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4종을 상용화했고, 앞으로 23종 이상의 바이오마커(생체 표지자)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한 방울의 혈액으로 1가지 질환을 측정하는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한 방울로 10종 이상의 질환을 측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원드롭(One Drop)이란 사명처럼 한 방울의 혈액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모바일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