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배출권 시장] "몸집 더 커진다" 전망…ETF 등 투자상품도 인기
2021-07-23 07:30
중국의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시장 운영 및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제안 등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시장 추가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일부 상품으로 제한된 투자 방식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U '탄소국경세'·中 통합 운영으로 판 커지는 배출권 시장
탄소배출권은 경기주체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 배출량 범위 안에서 배출권을 발행한 뒤 기업들에게 할당하면 기업들은 거래제를 통해 실제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국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나 '탄소세' 도입을 고려하거나 도입한 국가는 총 64개국에 달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탄소배출권 수입이 약 22억50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며 "EU 시장에서 할당되는 탄소배출권은 EU 지역 연간 배출량의 40% 수준으로 2005년 탄소배출권 시장 도입 이후 약 3억5000만t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지역 단위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거래 제도를 도입해 캘리포니아의 경우 지난해 선물시장 연간 거래 규모가 55억 달러(약 6조3000억원)로 EU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및 투자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것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탄소중립(넷제로)' 정책 강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경우 그동안 지역별로 운영해왔던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지난 16일부터 통합 운영하기 시작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성 등 7개 시범지역에서 각각 운영해왔으나 상하이에서 통합 운영한 뒤 조만간 정식으로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정식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강 연구원은 "64개국에서 가격이 부과되는 탄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21.5%를 차지하는데 중국이 올해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도입하면서 비중이 지난해 15.1%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전 세계 탄소배출량 대비 거래 제도를 통해 거래되는 탄소 배출 비중은 EU가 처음 거래 제도를 도입했던 2005년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탄소배출권 시장 통합뿐만 아니라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제안도 배출권 시장 확대를 전망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지역 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 계획을 제안했다.
탄소배출권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탄소배출권 가격도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9년 t당 4만9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한국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기업활동 감소로 4월 12일 t당 1만43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반등에 성공해 이달 20일 2만1400원까지 회복했다.
◇"배출권 관련 지수 개발·ETF 출시 확대될 것"
탄소에 가격을 부과하는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강화되고 있지만 투자 목적의 개인 참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신 탄소배출권 관련 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현재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ETF는 크레인쉐어즈의 '크레인쉐어즈 글로벌 탄소(KraneShares Global Carbon) ETF'가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ETF로 'IHS 마킷 글로벌 탄소 지수'를 추종하는 액티브 ETF 상품이다. 상장 당시 20달러였던 가격은 현재 이달 19일(현지시간) 34.93달러로 74.65% 상승했다. 수익률도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대비 수익률은 50.18%를 기록 중이며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8.93%다.
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지수 개발뿐만 아니라 투자 상품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을 기반으로 한 지수 개발이 확대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ETF들도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며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 측면에서도 필수 요소가 된 만큼 투자 방식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 시장 확대가 한국 시장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배출권 시장의 시장조성자로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SK증권 등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만 시장조성자로 참여해왔으나 시장 유동성 제고를 위해 증권사를 추가했다. 시장조성자는 배출권 종목에 대해 매수·매도 가격의 차이가 500원 이하(10틱)인 양방향 호가를 매일 30분 이상 제출하고 3000t 이상의 누적 호가 수량을 제출한다.
또 연내 시장조성자가 아닌 증권사도 자기자본으로 배출권 종목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향후에는 개인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시스템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강 연구원은 "한국은 세계 6~7위권 탄소배출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거의 감소하지 않는 국가"라며 "탄소배출권 거래 규모가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다양한 시장 활성화 방안도 도입이 예정돼 있어 한국 시장 확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