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號 출항 100일...부동산·조직안정 '선방', 코로나19 '중립'

2021-07-18 13:52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코로나19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4·7 보궐선거 당선으로 10년 만에 시장 자리에 ‘컴백’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100일을 넘어섰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진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청년·1인 가구 등 각종 정책실험을 무난하게 수행하며 '100일 성적'은 절반의 합격점을 거뒀다는 게 서울시 안팎의 평가다.
 
첫날부터 능숙했던 '부동산 대책'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취임 후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첫날부터 능숙하게'를 외쳐온 만큼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도 대규모 개발 정책의 물꼬를 트며 부동산 '규제'와 '완화' 카드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우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4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재건축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앞당기는 방침을 발표했다. 

규제 강화 한편에서는 주거정비지수 폐지, 정비구역 지정기간 단축,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등 재개발 6대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18개 구역 주민들과 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울 동남권 개발의 핵심인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개발 사업도 오 시장 재임 이후 제3자 공고를 내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총 사업비 2조원 규모의 이 사업은 강남 노른자 땅인 잠실운동장 일대 부지를 스포츠, 전시컨벤션 시설, 상업 및 업무시설 등으로 복합개발하는 사업이다.
 
절반의 합격점 코로나19 방역

오 시장의 최대 현안은 '4차 대유행'으로 접어든 코로나19 방역 대책이다. 서울 코로나19 확진자는 오 시장 취임 초반 100여명대에서 현재 일평균 500~700명씩 발생하고 있다. 전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만 8만3263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검사자·확진자 규모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이후 최대치다.

오 시장은 취임 초반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방역이 아닌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의 계기가 됐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형 거리두기'의 근거가 될 자가진단키트 도입에도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방역에는 실효성이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된 정부와의 정치적 책임 공방을 두고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분간 오 시장은 코로나19 방역에 온 시정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대통령 주재 수도권특별방역대책 회의에서 청년층 조기 접종을 위한 백신 추가 배정과 연말 이후 집단 면역 상황에 대비해 자가 치료 시행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오 시장은 "이번 4차 대유행으로 격리 위주의 방역 한계를 절감했다"면서 "서울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방역의 총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기대 이상이었던 '소통정치'··· 생명연장 꿈은 '정책실험' 성공에 좌우

오 시장은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의 관계에서 기대 이상의 소통정치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민주당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그 전과 달라졌다", "시의회를 존중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긍정적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 조직개편안과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서울형 교육플랫폼인 서울런 사업 등이 대표적인 '협치'의 결과물로 꼽힌다.

실제 오 시장은 정치적 관행이었던 고 박원순 시장 지우기를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행정의 연속성을 존중하는 실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따릉이, 제로페이 등의 정책은 보완·발전시키면서 계승하고, 청년들의 지지가 높은 '청년월세' 정책은 올해 지원 규모를 5배로 확대했다. 최근에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문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오 시장의 정치적 운명은 재·보궐선거 주요 공약이기도 했던 1인가구, 청년복지, 안심소득 정책 성공 여부에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오세훈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웃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주 전공인 서울의 도시경쟁력 향상을 위한 '서울비전 2030'에서도 그만의 색깔을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시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 코로나19 방역 등과 관련해 그동안 묻혀 있던 목소리를 대변하고, 당초 예상과 달리 조직에 안정과 화합 분위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반 시정운영 능력은 긍정적"이라며 "첫 조직개편이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는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