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모란으로 들여다보는 조선 왕실의 문화

2021-07-16 00:00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안녕(安寧), 모란’

모란도 병풍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조선 왕실에서는 풍요와 영화로움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모란을 궁궐이나 생활용품을 꾸밀 때 용과 봉황, 거북에 견줄 만큼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왕실 흉례 때 고인의 시신과 혼이 자리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모란도 병풍을 둘러 고인을 지켰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이 오는 10월 31일까지 개최하는 특별전 ‘안녕(安寧), 모란’은 모란꽃을 매개로 조선왕실 문화를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는 모란도 병풍을 비롯해 궁궐의 그릇, 가구, 의복 등 각종 생활용품과 의례용품에 즐겨 장식되던 모란꽃을 담은 여러 유물 120여점이 대거 공개되며, 모란이 수놓인 창덕궁 왕실혼례복이 처음 공개된다.

자연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전시다. 창덕궁 낙선재에서 포집한 모란향으로 제작한 꽃향기가 전시공간에 퍼지도록 하고, 빗소리와 새 소리 등 정원에서 들을 수 있는 생생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해 한결 생생한 감상의 공간이 되도록 꾸몄다.

전시는 1부 ‘가꾸고 즐기다’, 2부 ‘무늬로 피어나다’, 3부 ‘왕실의 안녕과 나라의 번영을 빌다’ 등 3부로 구성했다. 모란이라는 식물과 그 무늬를 조선 왕실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즐겼는지,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떠한 상징이 담겼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먼저 1부 ‘가꾸고 즐기다’에서는 모란이라는 식물을 가꾸고 감상하며 그림으로 그려 즐기던 전통을 살펴보았다. 전시실은 영상과 조경물로 연출된 정원 형태로 꾸몄다.

관람객은 올봄 창덕궁 낙선재 화계(花階·계단식 화단)에 핀 모란에서 포집해 제작한 향을 맡으며, 빗소리, 새의 지저귐이 어우러진 정원에서 18~19세기의 대표적 모란 그림인 허련(1808~1832), 남계우(1881~1890)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부 ‘무늬로 피어나다’는 조선왕실 생활공간을 장식한 무늬로서의 모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았다. 무늬는 장식적 기능과 함께 특정한 상징을 담는 기호이기도 하다. 왕실에서는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을 각종 생활용품에 무늬로 사용하면서, 풍요와 영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나전 가구, 화각함, 청화 백자, 자수물품 등 다양한 유물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모란 무늬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혼례복이나 가마와 같은 왕실 혼례이다.

총 2벌의 혼례복 중 한 벌은 복온공주(순조의 둘째딸, 1818~1832)가 혼례 때 입은 것인데, 남아 있는 활옷 중 제작 시기와 착용자가 명확한 유일한 것이다.

나머지 한 벌은 창덕궁에서 전해 내려오는 활옷인데, 재미있는 것은 보존처리 중에 옷 속에서 발견한 종이심이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넣어 옷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한 이 종이심이 살펴본 바 1880년 과거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종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창덕궁 활옷은 이번 전시에서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산수화훼도첩 중 ‘모란’. 신명연 그림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


2부는 종류와 구성이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는 것을 고려하여,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유리 벽면을 설치해 연속성과 단절성을 함께 살렸다.

전면부는 방 형태로 공간을 구성하고, 창덕궁 낙선재 문살 장식을 활용해 벽면을 연출하고 천장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조명 아래 유물을 배치했다. 혼례용품이 있는 부분은 주변에 삼베를 길게 늘어뜨린 후 혼례복의 다양한 꽃무늬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매체예술)를 연출하여 활옷 무늬에 담긴 각종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관람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3부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빌다’는 왕실의 흉례와 조상을 모시는 의례에 사용된 모란을 조명했다.

흉례의 절차마다 모란 무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각종 의궤, 교의(交椅), 신주 신여(神輿·가마), 향로와 모란도 병풍을 통해 소개했다.

3부의 중심 유물은 단연 모란도 병풍이다. 흉례의 전 과정에 모란도 병풍을 사용한 것은 왕실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전시장 3면을 모두 모란도 병풍으로 둘렀으며, 관람객이 병풍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유물과 유리면 사이 거리를 좁혔다.

모란도 병풍은 모란이 뿌리에서 뻗어 올라가는 모습을 화면 가득 반복적으로 그린 병풍이다. 모란도 병풍은 혼인이나 잔치와 같은 왕실의 경사 때도 설치했으나 왕실 상장례의 주요 절차마다 쓰였다.

3부 마지막 부분에는 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선원전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조성하여 모란도 병풍과 향로, 교의, 의궤를 함께 전시해 왕실의 조상을 모시는 의례와 모란의 관계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관람을 위해서는 누리집을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하며 현장접수도 할 수 있다. 마스크 착용과 발열 여부 점검, 한 방향 관람 등을 지켜야 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안녕, 모란’ 특별전에 조선왕실에서 모란을 사랑했던 마음을 정성껏 담아 전례 없는 전염병 속에서도 국민 모두가 탈 없이 평안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되찾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복온공주 혼례복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