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유산이 버무려진 '디 오픈'…2년 만에 열린다

2021-07-14 09:55
R&A 디 오픈 챔피언십…이달 15~18일 영국 켄트서

세계 순위 1위 더스틴 존슨과 제149회 디 오픈 챔피언십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디 오픈 챔피언십(이하 디 오픈) 개최를 취소했다. 영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디 오픈이 개최되지 않았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1940~1945년) 이후 처음이다.

한 해를 건너뛴 제149회 디 오픈이 오는 15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영국 켄트 샌드위치에 위치한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장(파70·7189야드)에서 열린다.

이 골프장은 1887년 지어진 유서 깊은 곳이다. 골프장 이름에는 로열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다. 영국 왕실에서 인증했다는 뜻이다. 칭호를 부여받은 것은 1902년이다. 당시 빅토리아 여왕의 장남인 에드워드 7세가 칭호를 부여했다.

골프장의 역사와 전통만큼 디 오픈과도 인연이 깊다. 1894년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총 14회 개최됐다. 올해는 10년 만에 개최하는 것으로 15회째다.

지난 14회에서는 12명(JH 테일러, 해리 바든, 잭 화이트, 월터 헤이건, 헨리 코튼, 레그 휘트컴, 바비 로크, 빌 로저스, 샌디 라일, 그렉 노먼, 벤 커티스, 대런 클라크)이 클라레 저그(디 오픈 우승컵)를 들어 올렸다.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이 골프장에서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어린 시절 아마추어 대회(클럽스 챌린지 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59년 19세의 나이로다.

미국인이 10대 때부터 영국에 와서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그는 디 오픈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제값을 하는 선수는 누구나 바다를 건너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에서 우승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대회장과 대회, 니클라우스의 명언이 버무려진 배경 속으로 156명의 선수가 뛰어든다.

남자골프 세계 순위(OWGR) 상위 10위 선수들은 모두 출사표를 냈다.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을 시작으로 2위 욘 람(스페인), 3위 저스틴 토머스, 4위 콜린 모리카와, 5위 잰더 쇼플리, 6위 브라이슨 디섐보, 7위 패트릭 캔틀레이, 8위 브룩스 켑카, 9위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 10위 티럴 해턴(영국)까지다.

방어전에 오르는 선수는 셰인 라우리(아일랜드)다. 그는 2년 전인 2019년 클라레 저그를 아이처럼 품에 안았다.

이 골프장에서 열렸던 마지막 디 오픈(2011년)의 우승자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도 10년 만에 대관식을 꿈꾼다.

2013년 우승자 필 미컬슨(미국), 2014년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2017년 우승자 조던 스피스(미국) 등도 출전을 선언했다.
 

고군분투 중인 안병훈[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은 안병훈(30)만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시우(26)와 임성재(23)는 2020 도쿄 올림픽에 전념하고자, 이경훈(30)은 최근 딸을 출산한 아내의 곁을 지키고자 출전을 포기했다.

김주형(19)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해서 출전을 포기했다. 미접종자는 영국 도착 후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만 대회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매슈 울프(미국), 코로나19에 확진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버바 웟슨(미국)도 출전을 포기했다.

물론, 극적인 출전도 있었다. 교포 이미지(호주)의 동생 이민우(호주)다. 그는 지난주 끝난 스코티시 오픈 연장 1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디 오픈 직전에 출전권을 얻은 셈이다.

클라레 저그를 향한 149번째 레이스가 시작된다. 18홀을 소개하는 자료에 의하면 모래라는 단어가 7번 나온다. 그만큼 모래 언덕이 많다. 그 속에 페어웨이와 그린이 숨어있다. 페어웨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링크스 코스의 특성상 해풍이 불고, 언덕 뒤에서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홀인 18번 홀(파4)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1922년 '홈(집)'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홀에서 조지 던컨(스코틀랜드)이 가파른 비탈길에 공이 떨어지며 다잡은 클라레 저그를 놓쳤다. 우승은 월터 헤이건(미국)에게 돌아갔고, 이 비탈길에는 '던컨의 할로우'라는 별명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