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조 소부장 R&D 성과 발표…'반도체 소재 독립' 축배는 시기상조

2021-07-12 16:01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열린 '소부장 성과보고회' 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일본 수출규제 이후 2년간 추진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지원 성과가 가시화됐다. 대일 의존도가 절대적이던 반도체 관련 3대 품목의 국산·대체수입 비중을 늘리고 반도체·이차전지 기술력과 소부장 관련 특허출원·기술이전 등 기업 혁신역량을 키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소부장 연구개발(R&D) 전략' 투자 성과를 발표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13개 세부사업으로 약 1조원(소부장 특별회계 기준 9241억원)의 지원사업을 통해 과학기술적·경제적 정량성과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증한 디지털 기술 수요와 맞물린 반도체 산업의 활황으로 주요 품목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도체 소부장 분야의 수출규제 대응에 정량적 성과를 강조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관련 3대 품목 중 하나로 웨이퍼 세척·식각에 쓰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 솔브레인이 고순도 불산액(12N급) 생산 시설을 2배 확대했고, SK머티리얼즈가 고순도 불화수소가스(5N급) 양산에 성공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가 어려우나, 일본에 의존하던 불화수소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의미있는 생산량이라는 평가다. 불산액은 중국, 불화수소가스는 미국 등에서 대체 수입해 공급망도 다변화했다. 이 결과 지난 2019년 1~5월 기준 2840만 달러(약 325억원)에 달하던 불화수소 대일 수입액은 올해 같은 기간 460만 달러(약 53억원)까지 83.6% 감소했다.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용 포토레지스트(불화아르곤)는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도쿄오카공업(TOK)으로부터 국내 생산시설 투자를 유치했다. 벨기에 업체로부터의 수입 비중도 확대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기준 올해 1~5월 EUV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수입 비중은 85.2%로 전년 동기 대비 3.4%p 하락했고 2년전 동기 대비 6.7%p 떨어졌다. 반면 벨기에 수입 비중은 9.8%로 2년전 대비 9.4%p 상승했다. 여전히 일본 수입 비중이 크지만 정부는 "일본산 제품을 대체하고 사업화에 성공했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의 웨이퍼 원판에 빛을 쪼여 회로 패턴을 새기는 단계다. EUV 노광 공정용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최신 반도체 칩 제조를 위한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다.

OLED 패널 제조에 활용되는 불화 폴리이미드는 자체 기술 확보에 이어 수출까지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산 설비 구축 후 중국에 수출 중이며, SKC는 자체기술 확보 후 공장을 신설하고 생산 투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수요기업은 휴대전화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대체 소재인 UTG(Ultra Thin Glass)를 적용했다. 이 소재 수입의 일본 비중도 1~5월 기준 작년 93.9%에서 올해 93.6%로 0.3%p 하락했다.

이날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은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가 시작되고 정부가 이에 대응해 본격적으로 3대 품목을 국산화하기 위한 R&D를 추진한 건 작년부터"라며 "실제로는 1년 남짓 진행된 국산화 노력에 대해 정량적으로 대일 의존도를 '얼만큼 줄였다'고 강조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술개발·기반구축 분야 소부장 지원 정량성과.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이날 반도체 3대 품목 수출규제 대응과 별개로 발표된 과기정통부의 소부장 R&D 지원사업 정량성과로 SCI급 논문 2171건, 특허출원 1570건, 특허등록 466건 등의 과학기술성과와 관련 기업의 직·간접 매출 327억원, 투자 726억원, 기술이전 164건, 기술료 100억원, 기업지원서비스 3만6403건(시험평가·인증 1만8194건, 기술애로 해소 1만8209건) 등의 경제성과가 제시됐다. 나노팹 이용 전문교육·장비이용 실험·실습 등 인력양성 7541명, 수입대체 직간접 지원 27건 등이 정량성과에 포함됐다.

또 모터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용 희토류 네오디뮴(Nd)같은 고가 소재의 대체재 개발(성림첨단산업), 모든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구리도금소재 도금액 개발(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국산화(A사로 기술이전), 불소계전해질막·전극촉매·전극용카본·가스켓 등 수소연료전지 핵심소재 대체기술 개발(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소재별 국산화(H사로 기술이전)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의 국산화 또는 대체재 확보 사례가 주요 R&D 사례로 소개됐다.

향후 과기정통부는 기존 핵심기술 확보를 지속 지원하고 데이터·인공지능(AI) 활용 소부장 연계 지원도 추진한다. 올해 4월 발표된 제5기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바탕으로 주력산업핵심품목 원천기술 확보·고도화를 위한 '국가핵심소재연구단'을 올해 57개에서 오는 2025년까지 누적 100개로 확대한다. 10년 이후 유망 첨단소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과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지원체계를 운영한다. 국가소재연구데이터센터를 통해 전통적인 소재개발 대비 기간·비용을 반 이상 절감하도록 지원한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산학연 연구자와 기업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에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라며 "과기정통부는 앞으로도 핵심기술 자립화를 위한 꾸준한 지원과 함께 미래 첨단소재 선점을 위한 도전적인 투자에 보다 힘을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0대 미래 이슈별 50대 미래 첨단소재 후보(안). [사진=과기정통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