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해외상장 감독권까지…" 입김 세지는 中 '인터넷 차르'

2021-07-09 15:23
디디추싱 사태 계기로···기업 해외상장 감독권까지 틀어쥐다
習이 키운 사이버보안 사령탑···인터넷대국 곳곳에 손 뻗쳐
'시자쥔'이 꽉 잡았다···'인터넷차르'로 불리기도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사이버보안 사령탑으로 불리는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저승사자로 새롭게 떠올랐다. CAC가 최근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뉴욕증시에 상장하자마자 인터넷안보 문제를 앞세워 즉각 조사에 돌입한 게 계기가 됐다. 

최근 중국내 빅데이터 중요성이 커지면서 CAC가 빅테크를 정조준해 칼자루를 매섭게 휘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 디디추싱 사태 계기로···기업 해외상장 감독권까지 틀어쥐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디디추싱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해외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은 반드시 CAC의 인터넷 안보 심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행 법규에선 중국기업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승인만 받으면 해외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  방대한 양의 중국 내 도로, 산업시설 등 주요 교통 인프라 데이터 및 개인정보를 보유한 디디추싱이 뉴욕증시에 별 탈 없이 상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실 CAC는 디디추싱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우려해 뉴욕 증시 상장을 만류했지만, 디디추싱은 비밀리에 상장을 강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디디추싱 사태를 계기로 중국은 CAC에 기업공개(IPO) 감독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외상장 중국기업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아예 법을 뜯어고치는 중이다. 

◆ 習이 키운 사이버보안 사령탑···14억 인터넷대국 곳곳에 손 뻗쳐

CAC의 탄생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무원 신문판공실 산하 조직으로 초기엔 인터넷 여론을 주로 관리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후인 2014년 당·정 조직개편에 따라 당중앙 인터넷안보정보화위원회 판공실(당중앙인터넷안보정보화영도소조판공실의 전신)로 편입되며 중국 사이버보안 사령탑으로 우뚝 섰다. 시진핑 지도부의 인터넷 통제 기조에 맞춰 본격적으로 인터넷 검열 강화에 집중한 것도 이때부터다. 

사실 CAC의 영향력은 중국 인터넷 곳곳에 손을 뻗치고 있다. 올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축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도 했다. 이를 위해  공산당 역사를 왜곡 비방하거나 혁명열사를 욕보이는 등 행위에 대한 신고 접수 핫라인을 개설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을 정화한다는 목적으로 중국 주요 대학 성 소수자단체들의 위챗(모바일메신저) 계정 수십개를 삭제했다는 보도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나왔다. 

공안부 등과 협력해 CCTV 몰래카메라 단속에 나서는가하면, 국경간 불법 도박거래도 단속한다. 최근 라이브커머스(라이브 방송+전자상거래) 범람 속 라이브방송을 통한 가짜상품 판매,  조회수 조작 등 불법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CAC의 몫이다. 

◆ '시자쥔'이 꽉 잡았다···'인터넷차르'로 불리기도

좡룽원 인터넷정보판공실(CAC) 주임. [사진=중국정부망]


14억 인터넷대국 중국에서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보니 CAC 수장에겐 '인터넷 차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현재 CAC 수장은 좡룽원(莊榮文)이다. '시진핑의 옛 부하'를 뜻하는 '시자쥔(習家軍)' 계열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00년 푸젠성 정부 계획위원회 부주임으로 재임할 당시 푸젠성 성장이었던 시진핑과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2015년부터  CAC에서 근무해왔으며, 2018년 CAC 주임으로 발탁, 당중앙선전부 부부장, 국가신문판공실 부주임을 겸임하고 있다. 

CAC 주임은 워낙 막강한 권한을 쥐다보니 부정부패에 빠지기도 쉽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CAC 주임을 지낸 루웨이는 결국 비리 혐의로 낙마했다. 당시 SCMP는 "루웨이는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물론 중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계 IT기업들에게 엄청난 권력을 휘둘렸다”고 보도했다.

2015년 9월 시진핑 주석 방미 수행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그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시 주석에게 소개하는가하면, 미·중 인터넷포럼에서 기조연설도 했다. 그해 미국 타임지의 ‘영향력 있는 세계 100인’에 포함됐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