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 품에 안긴 대우건설... 신평사들 "신용등급 영향 주시"

2021-07-09 00:05
나신평·한기평, 인수 과정과 사업적 영향 검토해 대우건설 등 신용도 재평가 예정

[사진=대우건설 제공]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이 인수 이후 양 사의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겠다고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인수 자금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사업구조 다각화에 따라 오히려 신용도 상승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7일자 보고서를 통해 중흥그룹의 인수가 대우건설 신용등급에 끼칠 영향을 검토해 신용등급을 다시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흥건설은 지난 5일 대우건설 주식 2억1093만1209주(지분율 50.75%)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향후 정밀 실사와 주식매매계약(SPA)를 거쳐 인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품기 위해 2조1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공시 기준으로 중흥그룹은 지난해 말 7789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인수를 마무리하려면 외부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중흥건설 측은 일부 차입은 있겠지만 그룹의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의 신용등급과 신용등급전망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초까지 신용등급 A-, 신용등급전망 '안정적'을 보유했으나 올해 정기 평정에서 '긍정적' 등급전망을 부여받았다. 해외 사업의 손실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국내 분양 실적도 상승세를 보인 덕분이다. 

다만 신평사들은 인수 구조가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이상 향후 진행 과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홍세진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향후 대주주가 변동되면서 계열 요인이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경우, 대우건설의 자체 신용도와 최종 신용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지분인수로 중흥그룹의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며 이는 그룹에 편입되는 회사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흥그룹에 대한 지원 확대로 재무적 융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양 사의 사업적 상승효과(시너지)가 확인되면서 오히려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중흥그룹은 주택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반면 대우건설은 대형 플랜트와 토목공사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주택부문 사업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사업 다각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재무부담을 상쇄하는 동반상승 효과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신평사들은 향후 인수 과정과 사업 전망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대우건설과 중흥그룹 계열사의 신용도를 재평가할 전망이다. 나신평은 대우건설에 대해서만 신용등급을 부여했지만, 한기평은 중흥그룹 주력 계열사인 중흥건설(BBB·안정적), 중흥토건(BBB·안정적)에 대해서도 등급을 매기고 있다. 한기평 측은 "단기적으로는 인수자금 조달 구조를, 중기적으로는 사업 시너지 창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중흥건설 계열사와 대우건설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